신해욱
누군가의 꿈속에서 나는 매일 죽는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있는 얼음의 공포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이야기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지 못한다
몇 번씩 얼굴을 바꾸며 내가 속한 시간과 나를 벗어난 시간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꿈을 대신 꾸며 누군가의 웃음을 대신 웃으며
나는 낯선 공기이거나 때로는 실물에 대한 기억
나는 피를 흘리고 나는 인간이 되어가는 슬픔
● 의미를 알아차리기 전에 그냥 차분하게 들려오는 작은 소리만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요. 시인의 목소리가 그렇습니다. 이 소리는 거창하지도 않고 과잉도 없어요. '누군가'라는 익명의 존재가 등장하는 많은 시가 사회의 일방적인 규정 속에서 자아를 잃어가는 고통에 대해 웅변적으로 노래합니다. 그런데 이 시는 꼭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진정한 자아가 상실된 삶을 격렬히 비판하기보다는 사라지고 나타나는 일들에 대한 조용한 응시가 있어요.
성장하는 것이든 늙어가는 것이든 모든 변화는 공포와 망설임을 동반합니다. 따뜻한 물속에서 조금씩 녹는 일은 얼음에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내 안에서, 내 주변에서 물고기 알처럼 섬세하게 꼬물거리는 일들을 지켜봅니다. 그러면 그 끝나지 않는 변화가 나에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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