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35) 서울 성동구 장애인생활클린센터 소장은 시간을 쪼개서 쓴다.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 같은 장애인 보장구들을 하루 평균 6대 고치고, 최근엔 ‘장애인 보장구 수리기술자 양성’이라는 새로운 일까지 벌였다.
1급 지체장애인인 김 소장이 보장구 수리기술자를 양성하기로 마음먹은 건 작년 10월 받았던 한 통의 전화 때문이다. 생면부지의 장애인이 “자동차 정비자격증이 있는데도 일반 카센터 취업이 안 된다”며 “보장구 수리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전해왔다. 김 소장 역시 평소 보장구 수리기술자들의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던 터여서 곧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시작한 1기 교육생 3명에게 5개월가량 보장구 수리 실무, 전자제어장치 이론과 실무, 보조공학기기 이해 등 각종 교육을 무상으로 진행했다. 교육생은 취지에 맞게 모두 장애인만 받았다. 이중 2명은 4월 문을 연 은평구와 성북구의 장애인 보장구 클린센터에 취업했다. 2기와 지난달에 뽑은 3기는 지금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
김 소장은 특장차 수리 일을 하던 1998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친 뒤 하반신이 마비됐다. 국립재활원에 들어갈 때 자신에 맞게 휠체어를 직접 개조해 갔는데, “손재주가 좋다”는 소문이 났다. 이를 계기로 2006년 한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장구 수리 센터에 취직하면서 보장구 수리일과 인연을 맺었다. 2009년엔 전국 최초로 세워진 성동 장애인생활클린센터 소장을 맡았다.
“첫 출장 고객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수화기 너머 ‘살려 달라’는 말이 첫 마디였죠. ‘휠체어 바퀴가 펑크나 일주일째 밖으로 못 나가는 바람에 약을 타다 먹을 수가 없다’고요.”
그는 장애인들에게 보장구가 곧 손발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그 날 들어온 수리 의뢰는 그 날 끝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보장구 수리 6년 차 베테랑인 그는 “장애인 보장구 업체의 애프터서비스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보장구의 80%가 수입 업체 것이라 보장구 별로 부품 단가와 종류도 다르고, 그나마 서울의 수리센터는 10개 밖에 안 돼 보장구 유지에 필요한 인력과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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