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째 접어든 반 월가 시위에서 그 동안 보이지 않았던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뉴욕 맨해튼 북부 할렘가에서 반 월가 시위에 영감을 얻은 100여명의 흑인 및 라틴계가 "민중에게 권력을"을 외치며 '할렘을 점령하라(Occupy Harlem)' 첫 총회를 열었다고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베테랑 인권운동가와 개혁파들이 주축을 이룬 이날 시위대는 수년간 지속되어온 경찰의 폭력성과 공공주택 민영화 등에 항의했다.
시위에 동참한 인권운동가 넬리 베일리는 "반 월가 시위는 백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시위의 민의가 밑에서 위로 나타난 방식처럼 우리도 사회적 이슈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백인 젊은층이 주축이 된 반 월가 시위가 그동안 단절됐던 유색인종과의 연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 월가 시위는 뉴욕 경찰이 백인, 여성 시위대를 진입하는 과정이 공개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를 본 시민들의 분노가 가세하면서 확대됐다. 백인 청년들이 경찰의 진압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흑인과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할렘을 점령하라' 시위가 금융권 규탄에 초점을 둔 반 월가 시위와 달리 공동주택 민영화, 청년 폭력 등 사회적 이슈까지 포괄하고 있어 젊은 흑인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베일리는 "반 월가 시위가 가이드 역할을 했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이를 효과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뉴욕의 반 월가 시위대는 지난달 24일 구호인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의 상표권 등록을 신청하면서 더욱 조직화하고 있다. 시위대가 특허청에 등록을 신청한 구호는 이밖에 '우리는 99%(We are the 99%), 'D.C.를 점령하라 2012(Occupy D.C. 2012)' 등이 있다. 시위대는 앞으로 의류나 가방, 소식지, 웹사이트 등으로 사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구호의 상표권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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