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영정 사진으로만 돌아온 박영석 원정대는 임시캠프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눈사태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사고대책반을 지휘하다 1일 새벽 귀국한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은 "암벽 30m 지점에 로프가 정리돼 있었는데 박 대장이 암벽 하강을 마무리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캠프까지 거리는 겨우 250m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인천공항에서 박 대장의 친지들에게 "세락(거대한 탑 모양의 얼음덩어리)이 무너져 생긴 눈사태에 휩쓸린 것으로 보인다"며 "셰르파들이 위험하다고 들어가지 않는 곳까지 우리 구조대원이 들어가 바닥까지 확인했지만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원 3명의 소지품 하나 발견하지 못한 점으로 미뤄 매몰지점은 무척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실종 지점과 관련해 "좌우로 눈사태가 일어나는 위험한 지역에 큰 하켄을 박고 통과시킨 자일을 확인했다"며 묻힌 지점을 대략적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원정대 이한구 대원은 네팔 카트만두에서 "베른크슈룬트(빙하와 암벽 사이 틈)를 샅샅이 뒤졌지만 허사였다"며 "그곳을 지나 있는 플라토(평평한 고원 설면)에서 눈사태를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지점은 박 대장이 마지막 교신에서 "통과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 곳이다.
이 회장은 시간이 걸려도 실종된 원정대원들을 꼭 찾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 구조요원과 해당 지역을 잘 아는 현지 셰르파 등을 고용해 반드시 흔적을 찾아내겠다"며 "내년에 발견하지 못한다면 내후년, 그 다음해에도 수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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