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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보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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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보험사기'

입력
2011.11.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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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과 거리 먼 중학생 때인가, 보험사기를 다룬 할리우드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제목은 잊었고 줄거리만 기억한다. 스쿠버 다이빙과 경비행기 조종 등 분수에 넘친 삶을 즐기던 주인공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보험사기를 꾸민다. 1인승 경비행기에 스쿠버장비를 숨긴 채 바다로 나가 비행기를 추락시킨 뒤 헤엄쳐 나와 몸을 숨긴다. 이어 남편이 실종된 줄 알고 슬픔에 젖은 아내에게 몰래 연락, 보험금을 받아 지중해 휴양지에서 만나도록 설득한다. 교묘한 변장술과 신분 세탁까지 동원해 어렵사리 뜻을 이룬다.

■ 그러나 꿈같은 호사(豪奢)도 잠시, 젊은 미국인이 접근해 친근하게 굴며 이것저것 묻는 바람에 평온이 깨진다. 아내의 미모로 그를 유혹해 알아본 결과, 보험사고 조사원이었다. 사기극이 들통난 것으로 여긴 주인공은 사고를 위장해 그를 살해한 뒤 우연히 경찰에 쫓기다 남의 경비행기를 몰고 달아난다. 공교롭게도 엔진 수리 중이던 비행기는 바다에 추락, 주인공은 숨진다. 경찰은 과속차량을 뒤쫓은 것이었고, 주인공이 죽어라 달아난 것에 고개를 갸웃한다. 아내는 숨진 보험조사원의 연고를 찾아온 경찰을 통해 그가 그 일을 진작에 그만둔 사실을 알게 된다.

■ 영화는 언뜻 권선징악적이지만 보험사기는 결국 성공한 셈이다. 겁을 내면서도 동조한 아내 혼자 유족한 삶을 누리게 된 결말이 할리우드답다. 그 시절 한국영화에서는 언감생심이다. 어쨌든 생소한 미국 문물, 교묘한 보험사기는 그만큼 보험이 일상화했음을 일러주었다. 미국의 보험사기는 한 해 수천억 달러 규모로, 보험지급액의 1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도 이제 보험사기, 보험범죄에 익숙하다. 다만, 대형 재난과 사고 때면 곧장 보험금에 관심 쏟는 습관은 유난스럽다. 항공사고의 '천문학적'보험금에 놀라던 낡은 인식을 버리지 못했다.

■ 7월 말 제주 해역에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 기장의'30억 보험'가입을 떠들며 지레'고의적 사고'를 논란한 것도 낡고 천박한 버릇 탓이 크다. "불이 나 회항한다"는 보고와 실제 항적이 일치한 사실만으로도 공연히 의심할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화물기는 인화성물질을 실었고, 전기설비 등 위험요소가 많다. 50대 기장이 여러 보험에 든 게 이상하지 않다. 나 같은 이도 외국 출장 때마다 몇 억짜리 보험에 들곤 했다. 보험사고의 책임과 보험금 지급 등을 둘러싼 악의에 물색없이 휘둘리는 건 어리석다. 특히 고인과 유족에게는 씻지 못할 죄를 짓는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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