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영석 대장은 안나푸르나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지 못한 것이 아니라 돌아오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는 지금도 안나푸르나 남벽을 등반 중이다. 박영석 대장과 함께 남벽으로 떠난 신동민, 강기석 대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함께 남벽을 오르는 중이다.
비극이라 말하는 이 현실은 잠시 통신이 두절된 상태일 뿐이다. 실종이 사망이라고 쉽게 단정하지 말고 함부로 추모사도 읽지 마라. 지금 우리가 할 일은 기다리는 일이다. 박영석 대장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처음으로 걸어간 도전자이며 탐험가다. 세상은 빠른 길을 원한다. 사람은 편안한 길을 택한다. 하지만 그는 아니다.
작정하고 미지의 길을 찾아 나섰다. 그건 자신의 몸으로 길을 만드는 일이다. 하나뿐인 생명을 자일에 묶고 설산을 오르고 크레바스를 건넜다. 왜 그 길을 택했느냐고 묻지도 마라. 박영석 대장에게 그 길이 진정한 길이며 그 길이 박영석의 길이다. 그래서 그들은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길을 내고 '코리안 루트'라 명명했다.
짧은 인생에 예술만 길다고 말하지 마라. 설산에서 한번 만들어진 길은 영원히 유효한 길이다. 상업주의 등반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돈만 주면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업고도 올라가는 세상이다. 다시 무전기를 켜고 콜 신호를 외쳐라. 박영석 대장 나와라! 그의 응답이 올 때까지 그는 영원히 등반 중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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