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이 마을 별로 공동체를 만들어 어족(魚族) 자원을 보존ㆍ관리하고, 비용 절감 및 소득 증대를 꾀하는 '자율관리어업' 올해로 시행 10년이 됐다. 과거 정부가 어업면허, 허가제도 등을 통해 총 허용 어획량(TACㆍTotal Allowable Catch)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어업자원을 관리해 왔지만, 남획 등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정부는 바다가 생업의 터전인 어민들이 자발적으로 어족자원을 보호하도록 발상을 전환했고, 2001년부터 자율관리어업이 등장했다. 이후 이를 실시하는 공동체가 10월 현재 911개에 달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정착해 어족 자원이 풍부해지면서 공동체 평균 소득도 9억2,000만원(2005년)에서 11억8,300만원(2009년)으로 늘어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3회에 걸쳐 자율관리어업을 통해 선진 어촌으로 발돋움하는 공동체의 경험과 비결을 알아본다.
경남 거제시 대포항에서 차로 40분간 들어간 곳에 위치한 대포마을. 주민이 90여명에 불과하지만 주말이면 6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2008년 유료 낚시터에 주방과 화장실 등을 갖춘 전망 좋은 해상 펜션 3개 동을 지어 관광객들이 즐기다 갈 수 있게 하면서부터 관광 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마을 주민 30명으로 구성된 '대포자율관리공동체'가 운영하는 이 펜션이 연간 2,000여명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며 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포자율공동체 오정식 위원장은 "요즘은 소문이 퍼져 일부러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손님들이 계속 늘어난다"며 "회원 1가구 당 100만원의 순 이익금을 배당했다"고 말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대포마을에서 이런 수익사업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45㏊ 규모인 마을 어장 2곳에 서식하는 전복 멍게 미역 등을 채취해 판매하는 게 전부였다. 게다가 과거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비옥했던 이곳 해역은 지구 온난화로 하루가 다르게 자원이 감소했다. 소득원이 점차 사라지자 어민들간 다툼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역 수산사무소가 마을 주민들 설득에 나서 2006년 12월 대포자율관리공동체가 결성됐다. 제일 먼저 손댄 것은 어장 휴식년제 도입. 어장을 3구역으로 나눠 2곳에서만 조업하고, 나머지는 1곳에선 미역 등 해조류나 볼락 광어 도미 등이 자라게 놔두자는 취지였다. 오 위원장은 "처음엔 조업 제한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지만 시행 1년 뒤 볼락과 도미 등 어획량이 두세 배 증가하고, 개체 크기도 커져 값을 더 받게 되니까 주민들의 불만이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포 마른 새우'와 '대포 들미역' 등 자체 수산물 브랜드를 개발해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친 제품을 자율공동체 표시를 부착해 내놓으면서 판매가 늘고 값도 2배로 올랐다. 이어 국비 80%와 공동체 20%로 분담해 2억4,000만원을 들여 의욕적으로 추진한 펜션사업도 성공하자, 공동체가 회원에 분배한 소득이 2007년 100만원에서 지난해 4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의 자율공동체인 '강릉수산경영'은 사라져가는 특산품을 철저히 보호해 다른 지역에서 본받으러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겨울철 특산물인 도루묵이 남획으로 거의 자취를 감추자 2006년부터 해변가 인근 바다를 산란장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 이후 3년 만에 어획량이 1,296톤(2006년)에서 3,163톤(2009년)으로 회복됐다. 강원도 자율관리어업을 담당하는 동해수산사무소는 2009년 도내 23개 공동체 위원장을 소집해 이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12월 한 달간 강원 인근 바다 621㏊를 산란보호구역으로 정했다.
박상욱 사무국장은 "공동체 회원 111명의 평균 소득이 2007년 3,000만원에서 지난해 4,000만원으로 올랐다"며 "여기에 1억원을 투자한 냉동창고와 미끼 자동절단기를 활용해 연간 1,000만원의 소득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포와 주문진의 두 공동체는 2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제8회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에서 대통령표창(강릉수산경영), 국무총리표창(대포자율관리공동체)을 받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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