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 명문이 있는 옻칠 가죽갑옷이 출토된 공주 공산성 성안마을 연못에서 이 갑옷과 같은 방식으로 가죽에 옻칠해서 만든 말갑옷(사진)이 나왔다.
공주대박물관(관장 이남석)은 지난달 발견된 옻칠 가죽갑옷 아래의 퇴적층에서 이 말갑옷과 장식이 없는 큰칼, 은장식과 함께 손잡이에 금장이 된 칼, 철제 비늘갑옷 조각 등을 수습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 유물은 지표 10m 아래에서 나왔다.
말에 입히는 갑옷, 특히 옻칠한 가죽제 말갑옷이 백제 지역에서 출토되기는 처음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말갑옷은 고구려 고분 개마총의 벽화와 실물로 신라와 가야지역에만 있었다.
이 말갑옷은 비늘 모양을 이어붙인 것으로, 각각 12~18cm 길이의 비늘 조각들이 두 줄로 나란히 상하 네 겹을 이룬 채 배열된 모양으로 출토돼 말 등을 덮은 것으로 보인다. 옻칠은 지난달 출토된 갑옷보다는 얇게 돼 있다.
이남석 관장은 "말갑옷만 있을 뿐 재갈이나 등자(발걸이), 행엽(마구의 일종) 등 마구류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지난 번 발견된 갑옷과 마찬가지로 의도적으로 이곳에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갑옷과 칼 외에 철제 비늘갑옷도 뭉친 덩어리 상태로 발견됐는데, 갑옷보다는 투구로 보인다는 것이 조사단의 판단이다. 조사단은 갑옷과 말갑옷이 위ㆍ아래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묻힌데다, 칼을 비롯해 투구로 판단되는 철제품이 중간층에서 나온 것으로 보아 어떤 목적에 의해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곳에서 출토된 옻칠 가죽갑옷에는 '정관(貞觀) 19년 4월 21일'이라는 붉은 글씨의 명문이 적혀 있다. '정관'은 당 태종의 연호로, 정관 19년은 백제 멸망(660년) 15년 전인 서기 645년,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 재위 6년이다. 조사단은 이번 말갑옷을 비롯한 이들 유물이 백제 멸망기의 정황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미환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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