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김철하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진 10명은 지난달 26일 미국 시카고로 날아갔습니다. 김 대표는 27, 28일 이틀 동안 시카고의 호텔에서 석ㆍ박사 및 MBA 취득자 등 입사지원자에 대한 최종 면접을 봤고, 현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CJ제일제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비전 등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CJ제일제당은 내수기업입니다. 그것도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 두부 등 냉장고나 찬장 안에 들어가는 먹거리를 만드는 회사이지요. 우량기업인 건 맞지만 굳이 해외 채용설명회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왜 사장까지 미국에 가서 글로벌 인재를 뽑게 된 것일까요.
CJ제일제당은 지금 '설탕 탈출'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 설탕시장은 CJ제일제당을 비롯한 3사가 오래 동안 과점체제를 구축해오면서 '좋은 시절'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관행처럼 굳어 졌던 가격담합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철퇴를 맞고,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에 따라 가격도 제대로 못 올리게 되면서 설탕은 이제 효자에서 골칫덩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제당 3사가 기록한 설탕분야 누적 적자는 올 연말이면 1,600억~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때문에 설탕회사들은 돈 되는 다른 사업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CJ제일제당 역시 김 대표가 더 이상 설탕회사 아닌 '바이오 회사'로 전환을 선언한 상태이지요.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과 손잡고 2013년까지 미국 아이오와주에 대규모 라이신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바이오 분야에서 연구ㆍ개발(R&D)을 담당할 고급인력, 글로벌 업무에 밝은 인재가 필요하게 됐고, 결국 창사 이래 한 번도 하지 않았고 할 필요도 없었던 해외 채용설명회까지 갖게 된 것입니다.
사실 기업의 발전사에서 위기가 성공을 가져온 계기가 된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독일이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 건 체르노빌 사태 후 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을 장려한 정부정책이 계기가 됐습니다. CJ제일제당도 설탕에서 쓴 맛을 보게 된 게 오히려 전화 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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