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쇄신 후폭풍에 직면한 한나라당이 '책임론'의 포신을 청와대를 향해 돌려놓기 시작했다. "민심 이반의 근원에 청와대가 있다"거나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공식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보선 패배 직후부터 '청와대 책임론'은 여당 내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다만 '책임 전가', '자중지란'등의 비판을 의식해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을 뿐이다.
여의도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모든 게 잘못됐고 내 책임이다'고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여권 쇄신의 출발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판 6ㆍ29선언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SBS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대통령 자신이 많이 바뀌셔야겠다"며 "그게 안 되면 청와대 개편한다고 되겠느냐"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원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민생을 소홀히 하고선 자화자찬하고 개혁 요구에는 딴사람 얘기하듯 한다고 시중에선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한다"며 "일방적으로 국민을 가르치려고 하는데다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들은 예스맨 행태만 부각돼 국민들이 절망하고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를 남의 일로 치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기조로만 가겠다는 것은 민심과 점점 멀어지는 길"이라며 "청와대 개편과 개혁에 대해서 더욱 더 누적된, 강도 높은 요구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도 기자와의 통화에서"이번 선거 패배 책임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특히 청와대가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동떨어진 인사 등을 한 것이 결정적 패인"이라며 "소통불능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겹쳐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의 대통령 비판은 아직까지는 선이 그어져 있다. 사석에서는 대통령의 탈당이 언급될지언정 아직 공식적으로 '탈당 요구'란 선을 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탈당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는 논리를 제시하는 의원들도 있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유달리 입 조심을 하고 있다.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가 29일 대통령에게 탈당을 촉구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친박계 의원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과 무관한 발언"이라고 굳이 해명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을 겨냥한 여당의 비판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거칠어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결국엔 정권 말기 공식으로 자리잡은 대통령 탈당 요구와 현실화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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