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의 세 시즌간 기다림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인삼공사는 2009년 대대적인 전력 재편에 돌입했다. 당시 팀의 대들보였던 주희정(SK)을 유망주 김태술과 트레이드했고 주력 선수들을 군에 입대시켰다. 참고 기다렸다가 적기가 왔을 때 우승에 도전한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인삼공사가 기다리던 '때'는 지난 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으면서 찾아왔다. 대학 최대어, 오세근(200㎝)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순위 지명권을 잡은 후 인삼공사 팀 관계자들이 부둥켜안고 만세를 불렀을 만큼 오세근에 대한 기대가 컸다.
오세근은 '절치부심'의 때가 오기만을 학수고대했던 인삼공사 관계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있다. 인삼공사는 1라운드 8경기를 치른 현재 5승 3패로 전통의 강호 전주 KCC, 부산 KT와 나란히 함께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오세근이 공격과 수비에서 흔들림 없는 버팀목 노릇을 해주고 있는 덕분이다. 오세근은 올 시즌 신인은 물론 프로농구 출범 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결정력을 뽐내고 있다. 개막 후 8경기에서 평균 18.8점을 올려 득점 랭킹 9위에 올라있다. '순수 토종'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력이다. 경기당 6.9리바운드는 하승진(KCCㆍ221㎝)에 이은 토종 2위다.
파워와 공격력은 대학 시절부터 익히 알려졌다. 프로 데뷔 후 주목할 만한 것은 대담함과 승부욕이다.
인삼공사 팀 관계자에 따르면 오세근은 어떤 상대건 두려움 없이 맞부딪히는 스타일이다.
동부와의 개막전에서 한 점 차로 뒤진 종료 직전 대표팀 선배 김주성을 상대로 일대 일 공격을 시도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비록 공격자 파울을 저지르며 5반칙 퇴장에 그쳤지만 백전노장을 상대로 보인 대담함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2일 열리는 전주 KCC와 경기에서도 높이에서 절대 우세에 있는 하승진과의 매치업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오세근의 이런 대담함은 인삼공사가 로드니 화이트를 '용병'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인삼공사는 오세근이 신인이지만 상대 용병의 포스트 공격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판단, 골 밑 수비가 약하지만 내ㆍ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해결사' 화이트를 선택했다.
오세근은 골 밑에서의 일대일뿐 아니라 외곽으로 패스를 내주는 능력도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경기를 치르며 이정현, 박찬희 등 외곽 슈터와 호흡이 들어맞기 시작하면 오세근의 위력은 더욱 배가될 전망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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