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전문지 키네마준포의 가케오 요시오(掛尾良夫) 영화종합연구소장은 20년 전 한국영화를 처음 접했다. 한국의 이장호 감독과 일본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이 참여한 대담회 사회를 본 것이 계기였다. "굉장히 성실하고 절실함이 많이 녹아있었다"는 게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첫 인상이다.
그 후 가케오 소장은 1년에 40~50편 정도 한국영화를 봤다. 지금까지 본 한국영화는 어림잡아 1,000편.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그는 "최근엔 1930년대 한국 무성영화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나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도 그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보다 한국영화를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이해하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데라와키 켄(寺崎硏) 전 일본 문화청 문화부장도 한국영화계에 잘 알려진 지한파다. 한일 문화 교류 책임자로서 한국영화를 만나게 된 그는 문화부장으로 일한 3년 동안 한국영화만 250편 가량을 봤다. 아무리 영화평론가를 겸해왔다지만 중앙부처 관료로선 참 대단한 영화 탐닉이다. 그가 2007년 내놓은 책 <한국영화 베스트100> 엔 한국영화를 향한 애정이 스며있다. 한국영화>
일본인이 배우 안성기에 대해 쓴 책 <안성기-한국 국민배우의 초상> 이 이달 국내에 번역 출간된다. 저자 무라야마 도시오(村山俊夫)는 영화전공과는 무관한, 일본의 한국어학원 강사다. 한국영화와 안성기의 팬으로서 그는 책을 썼다. 동명의 원서는 올해 일본 굴지의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일본에선 2009년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가 펴낸 <안성기-한국영화 그 시대> 이후 두 번째로 나온 안성기 관련 책이다. 안성기-한국영화> 안성기-한국>
<안성기-한국 국민배우의 초상> 은 안성기의 삶과 그의 출연작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다고 한다. 국내 번역본이 300쪽에 달한다니 단순한 배우론 이상의 내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국내 출판사인 사월의책 편집자 박동수씨는 "외부인으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객관적이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은 책"이라고 전했다. 안성기-한국>
한국에서 안성기에 대한 책이 출간된 적은 없다. 어디 안성기뿐이랴. 스크린에 진한 잔상을 남긴 국내 배우들의 삶에 대해 우리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가케오 소장은 "한국 대중영화를 보면 일본영화보다 단련이 덜 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젊은 배우들의 화보집이나 사진에세이 정도만 서점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대중문화 수준에 대한 에두른 비판으로 들린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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