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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한국영화를 연구하는 일본인들

입력
2011.10.3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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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전문지 키네마준포의 가케오 요시오(掛尾良夫) 영화종합연구소장은 20년 전 한국영화를 처음 접했다. 한국의 이장호 감독과 일본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감독이 참여한 대담회 사회를 본 것이 계기였다. "굉장히 성실하고 절실함이 많이 녹아있었다"는 게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첫 인상이다.

그 후 가케오 소장은 1년에 40~50편 정도 한국영화를 봤다. 지금까지 본 한국영화는 어림잡아 1,000편.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났을 때 그는 "최근엔 1930년대 한국 무성영화를 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나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주요 영화제에서도 그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보다 한국영화를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이해하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데라와키 켄(寺崎硏) 전 일본 문화청 문화부장도 한국영화계에 잘 알려진 지한파다. 한일 문화 교류 책임자로서 한국영화를 만나게 된 그는 문화부장으로 일한 3년 동안 한국영화만 250편 가량을 봤다. 아무리 영화평론가를 겸해왔다지만 중앙부처 관료로선 참 대단한 영화 탐닉이다. 그가 2007년 내놓은 책 <한국영화 베스트100> 엔 한국영화를 향한 애정이 스며있다.

일본인이 배우 안성기에 대해 쓴 책 <안성기-한국 국민배우의 초상> 이 이달 국내에 번역 출간된다. 저자 무라야마 도시오(村山俊夫)는 영화전공과는 무관한, 일본의 한국어학원 강사다. 한국영화와 안성기의 팬으로서 그는 책을 썼다. 동명의 원서는 올해 일본 굴지의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일본에선 2009년 리쓰메이칸대학 코리아연구센터가 펴낸 <안성기-한국영화 그 시대> 이후 두 번째로 나온 안성기 관련 책이다.

<안성기-한국 국민배우의 초상> 은 안성기의 삶과 그의 출연작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다고 한다. 국내 번역본이 300쪽에 달한다니 단순한 배우론 이상의 내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의 국내 출판사인 사월의책 편집자 박동수씨는 "외부인으로서 바라보는 시각이 객관적이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 일본에서도 호평을 받은 책"이라고 전했다.

한국에서 안성기에 대한 책이 출간된 적은 없다. 어디 안성기뿐이랴. 스크린에 진한 잔상을 남긴 국내 배우들의 삶에 대해 우리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가케오 소장은 "한국 대중영화를 보면 일본영화보다 단련이 덜 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젊은 배우들의 화보집이나 사진에세이 정도만 서점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대중문화 수준에 대한 에두른 비판으로 들린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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