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서울시장 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이 현재의 지도부를 유지하면서 당 쇄신을 추진키로 입장을 정리한 가운데 원희룡 최고위원을 비롯한 당내 일부 인사들이 '지도부 총사퇴론'을 제기했다.
원 최고위원은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도부 사퇴와 청와대 변화, 공천 개혁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며 "저를 포함한 지도부가 먼저 모범을 보여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최고위원은 "유승민 최고위원에게 (같이) 사퇴하자고 제안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9일 SBS 신년 특집 촬영을 위해 조국 서울대 교수와 경북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와 부산 한진중공업 파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최고위원 그만두라. 한나라당 지도부가 안 물러나고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조 교수의 질문에 "당 지도부의 버티기는 확실하게 망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 소장파 등 신주류 측이 지도부 교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지도부 총사퇴론'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친박계인 유 최고위원은 "원 최고위원의 제안을 받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답할 게 없다"며 "진정성 있게 변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친박계가 지도부 사퇴론에 부정적인 이유는 자칫 박근혜 전 대표에게까지 책임론의 불똥이 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 대표 측은 "대표가 사퇴하면 쇄신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개혁이 안 된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은 트위터를 통해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는 마당에 지도부 교체가 능사가 아니라 이제는 무엇 하나라도 실천에 옮기면서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친이계의 좌장 역할을 했던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내년 농사를 잘 지으려면 객토(客土ㆍ지력을 높이려고 다른 지역에서 흙이나 모래를 옮겨오는 것)를 하든 땅을 바꾸든 해야 할 걸세. 나는 원래 농사꾼이었지…"라고 말했다. 그는 "지력이 다한 땅에 아무리 땀을 흘려 농사를 지은들 쭉정이밖에 더 있겠는가. 그 땅에는 아무리 종자가 좋아도 소용 없다네"라고도 했다. 이 의원이 '내년 농사'를 거론하며 객토론을 다시 들고나온 것은 내년 총ㆍ대선을 앞두고 과감한 당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의 언급은 일단 지도부 교체와 대폭적인 물갈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아가 개헌을 통한 정치체제 변화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홍 대표는 31일 저녁 홍익대 인근에서 대학생 20여명과 타운미팅을 갖는다. 내달 1일에는 30대 여성 직장인들과 타운미팅을 갖고, 2일에는 tvN '백지영의 끝장토론'에 출연해 패널로 선정된 2040세대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젊은 층과의 접촉면 확대를 통해 국민 전환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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