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뢰 의혹으로 경찰 내사를 받던 신종대 대구지검장이 사퇴하면서 그의 낙마에 결정타 역할을 했던 P엔지니어링 회장 곽모(62)씨의 '스폰서 다이어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곽씨가 검사만 상대하지는 않았다"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지방경찰청이 4월 P엔지니어링의 불법 재하도급 비리를 수사하면서 곽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다이어리는 모두 13권. 다이어리에는 곽씨가 2000년부터 만난 사람과 장소, 일시, 금품수수 내역 등이 일기 형식으로 적혀 있다. 이 중 신 전 지검장은 2006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곽씨로부터 1,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다이어리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신 전 지검장만이 아니다. 대학 교수 3명은 곽씨의 대학원 논문을 대신 써 주는 대가로 각각 수백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경찰은 조만간 교수들을 불러 논문 대필 혐의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곽씨가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인물로 알려지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금품수수 정ㆍ관계 인사들의 이름도 상당수 적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곽씨가 뇌물죄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2000~2006년 9월 사이에 작성한 다이어리엔, 지금은 정계에서 은퇴한 정치인 여러명의 금품수수 내역이 기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곽씨는 2007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지 선언을 한 200여명의 김영삼 전 대통령 직계 민주계 인사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곽씨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내가 MB캠프 200명 인사 중 한명"이라고 자랑스레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이어리에 정ㆍ관계 인사가 등장하는지에 대해 "수사 중인 사항이라 말해 줄 수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다이어리에 담긴 금품수수 정황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 곽씨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기간에 접대 등에 사용한 2,000여장의 수표를 추적해 누구에게 돈이 흘러 들어 갔는지를 캐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이어리의 파괴력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곽씨는 경찰이 문제의 다이어리를 압수해가자 변호인을 통해 다이어리를 돌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다이어리가 갖고 있는 폭발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경찰 관계자는 "곽씨의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금품수수 인사들이 신 전 지검장 말고도 한두명이 아니다"라며 "신 지검장 외의 다른 등장인물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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