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통의 예약 취소 전화가 걸려오는 등 온 종일 전화통에 불이 났어요."
30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여행사. 평소 같으면 휴일인 이날 10여명의 전 직원들이 모두 출근, 전화 응대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사상 최악의 대홍수로 수도 방콕을 비롯해 태국 대부분 지역이 여행자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여행 취소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 직원 A씨는 "신규예약이 거의 전무하다"며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때 못지 않게 예약자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 대홍수의 여파로 국내 여행ㆍ항공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11월 태국 여행 예약자 가운데 약 10% 이상이 일정을 취소했고, 모두투어의 경우도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10일 사이 태국 여행상품을 예약한 고객 가운데 취소율이 30%에 달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방콕 및 그 주변지역과는 달리 홍수피해가 적은 푸켓이나 파타야 지역으로 일정 변경을 유도하고 있지만 왕궁까지 물에 잠겼다는 소식에 고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고 전했다.
방콕이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취항하고 있는 인기 노선인 만큼 항공업계도 갈수록 떨어지는 탑승률과 예약률에 긴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8일부터 30일까지를 기준으로 한 방콕노선 예약률이 70.7%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포인트 급락했다. 대한항공도 27일부터 31일까지 같은 항공편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줄어든 93%로 나타났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들의 예약 취소율은 20~30%선에 달했다. 최근 방콕 노선에 신규 취항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4일 홈페이지 등을 통한 예약률이 80%였는데 태국 홍수사태 여파로 실제 탑승률은 60% 수준에 그쳤다.
이번 홍수사태가 11월말이나 12월 중순께 완전히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여행ㆍ항공업계는 당분간 다른 동남아 지역 등으로 여행 수요를 돌리는 데 힘을 모을 계획이다.
한편 태국의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태국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목표는 지난해 1,580만 명보다 20% 많은 1,900만 명. 올 1~7월은 작년 동기보다 27% 많은 1,280만 명이 태국을 다녀가 목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홍수사태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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