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고전' 월드시리즈가 마침내 세인트루이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포스트시즌 통산 9승째를 따낸 에이스 크리스 카펜터, 챔피언십시리즈와 월드시리즈 MVP를 석권한 데이비드 프리즈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우승의 감동이 그 누구보다 남다른 주인공은 바로 빅리그 21년차의 베테랑 왼손 투수 아서 로즈(42)다. 지난 91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데뷔한 로즈는 무려 9개 팀을 전전한 끝에 마침내 챔피언 반지를 손에 넣었다. '저니맨' 로즈가 월드시리즈 무대에 서기까지 등판한 정규시즌 경기수는 무려 900경기에 이른다.
로즈는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텍사스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텍사스가 지난 8월 기량 저하를 이유로 방출한 이후 세인트루이스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로즈의 임무는 말 그대로 원 포인트 릴리프. 로즈는 올 포스트시즌에서 8경기에 등판, 2와3분의2이닝을 안타 없이(1볼넷 3탈삼진) 완벽하게 틀어 막으며 4홀드를 거뒀다.
비록 한 경기에서 타자 한 두 명 정도를 상대하는 데 불과하지만 토니 라루사 감독은 승부처에서 그를 중용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도 5-2로 앞선 7회 무사 2루에서 등판한 로즈는 대타 토레알바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임무를 완수했다.
그러나 로즈가 보여준 베테랑의 힘은 그라운드 밖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로즈는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라커룸의 '빅 마우스'로 불렸다. 가장 먼저 운동장에 도착, 쉴새 없이 떠들며 팀 분위기를 띄우고 가을잔치 경험이 일천한 후배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메이저리그에 로즈가 있다면 한국에는 SK의 노장 최동수(40)가 있다. 올해로 18년차인 최동수이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은 안치용과 함께 팀내에서 가장 적다. 가을잔치 참가도 지난 2002년 LG 시절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데뷔 첫 해인 1994년 팀(LG)은 우승을 했지만 신인 최동수는 정규시즌에서 딱 한 타석에 들어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SK로 이적한 지난해에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최고의 무대에서 한번도 우승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올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노장의 각오는 비장하다. 그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활약을 펼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윤석민의 완봉승을 무산시키는 대타 홈런을 친 최동수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4회 천금 같은 결승타를 때려냈다.
또 지난 28일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5회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시리즈 최고령 홈런 기록을 40세 1개월 17일로 갈아치웠다. 2차전에서 8회 삼성의 '끝판대왕' 오승환으로부터 첫 안타를 뽑아낸 주인공도 최동수였다.
SK는 1승3패로 뒤지며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역대 통계로만 보면 SK의 우승 확률은 제로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마흔 둘이 되는 최동수가 언제 또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올해가 챔피언 반지를 손에 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31일 펼쳐지는 5차전에서 최동수의 마지막 파이팅을 기대해본다.
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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