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3일 독일 뢴트겐위성(ROSAT)이 인도양에 떨어졌다. 1999년 임무를 다한 이 위성은 '우주쓰레기'가 돼 지구를 돌다가 궤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추락했다. 지난 9월 태평양에 떨어진 미국 초고층대기관측위성(UARS)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그러나 사실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쓰레기는 이보다 훨씬 많다.
올해만 벌써 우주쓰레기 30개 떨어져
미국항공우주회사(aerospace)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지구에 떨어진 우주쓰레기는 ROSAT과 UARS을 포함해 모두 30개다. 28일에는 로켓 동체 2개가 각각 태평양과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 떨어졌다.
예년에 비춰 보면 비교적 적은 숫자다.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를 발사한 1957년부터 2007년까지 농구공보다 큰 우주쓰레기가 연평균 300개씩 지구로 떨어졌다. 가장 많았던 해는 1989년으로 무려 1,000건이 넘었다.
우주쓰레기는 지구 궤도를 떠도는 폐기된 국제우주정거장이나 위성, 위성 발사에 사용한 로켓, 로켓에서 위성을 분리할 때 쓴 덮개나 페인트 조각 등을 말한다. 크기는 수㎝에서 수십m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떨어진 우주쓰레기 중 가장 크고 무거운 건 2001년 남태평양에 수장(水葬)한 우주정거장 미르. 1986년 러시아가 쏘아 올린 것으로 무게가 120톤에 달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우주쓰레기가 작으면 떨어질 때 유성처럼 보여 구분하기가 힘들다"며 "관측하지 못한 것까지 합하면 지구에 떨어지는 우주쓰레기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십 톤 우주쓰레기 통제불능 상태서 추락
임무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위성은 지상에서 통제하면서 추락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대게 바다로 떨어트리기 때문에 크게 위험하지 않다.
반면 우주쓰레기로 궤도를 맴돌다 떨어지는 위성이나 위성 잔해물은 조작할 수 없어 제멋대로 추락한다. 지금까지 추락한 우주쓰레기 가운데 가장 무거웠던 10개 중 4개는 지상의 통제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떨어졌다. 무게는 각각 69톤, 40톤, 19톤, 17톤이었다.
이들은 초속 7㎞보다 빠른 속력으로 떨어진다. 총알보다 20배 빠르다. 대기 마찰열에 의해 대부분 타버리지만 골프 공만한 크기라도 남아 떨어지면 심각한 인명 피해를 줄 수 있다. 조중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감시사업센터 선임연구원은 "지구 전체 면적의 30%가 육지이고, 그 중에서도 인류가 모여 사는 지역은 제한돼 있어 우주쓰레기로 피해 입을 확률은 낮다"면서도 "가능성이 적다는 얘기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지구에 떨어질 우주쓰레기가 늘어날 거란 점이다. 문 선임연구원은 "수명을 다해 폐기하는 인공위성 수가 늘고 있고, 우주쓰레기끼리 충돌해 더 많은 잔해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0㎝보다 큰 우주쓰레기가 현재 1만 6,000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중 2,000여개가 폐기된 인공위성이다. 궤도를 돌며 여러 역할을 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다른 인공위성에게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다.
망원경 설치해 감시
유엔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위원회'는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은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리거나 다른 인공위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궤도에서 벗어나게 하라고 권고한다. 우주쓰레기를 수거할 기술이 없으니 더 이상 늘지 않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차선책이 우주쓰레기 추적ㆍ감시다. 우주쓰레기가 얼마나 증가하는지, 예상추락 지점은 어딘지 살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29곳에 설치한 레이더와 광학망원경, 적외선망원경으로 우주쓰레기를 감시하는 미국뿐이다.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국가현안문제해결형사업(NAP)의 하나로 '우주물체 전자광학감시체계 기술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반사경 지름이 50㎝인 소형 광학망원경 5기와 200㎝급 광학망원경 1기를 2016년까지 240억원을 투자해 개발, 몽골 터키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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