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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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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경험

입력
2011.10.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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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독감주사 맞을 때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울던 아이가 올해는 좀 컸다고 눈물만 살짝 맺혔다. 그리곤 아픈 거 꾹 참는 얼굴로 "엄마, 나 인제 네 살이니까 안 울고 주사 맞을 수 있다"며 내게 와락 안겼다. 우는 거 달래려고 준비해온 사탕을 엉덩이 톡톡 두드리며 입에 넣어줬다.

그런데 그날 밤 아이가 열이 났다. 거의 2주 동안 고열에 시달렸던 게 바로 한 달쯤 전인데 또 열이라니. 아마도 예방주사로 아이 몸에 들어온 독감바이러스 때문이지 싶었다. 열은 이틀 정도 이어졌지만 거의 38도를 넘지 않는 미열이었다. 체온 재고 해열제 먹이고를 몇 번 하다 보니 이번 열은 금방 잡혔다.

출산 후 처음 아이 몸이 불덩이가 됐을 때 무섭고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밤중이었지만 무조건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뛰었다. 나도 남편도 응급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의료진만 애타게 쳐다봤지만 간호사가 준 건 물이 담긴 대야랑 수건뿐이었다. 이미 해열제를 먹이고 와서 할 수 있는 건 아이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것밖에 없다는 딱딱한 설명과 함께. 아이의 고열을 처음 경험한 엄마로서 그땐 참 황당했고 화가 났었다.

물론 지금은 당연한 조치였단 걸 잘 안다. 이젠 아예 내가 한 술 더 뜬다. 취재하면서 주워들은 얘기까지 보태 나보다 아이를 늦게 낳은 주변 엄마들에게 조언도 한다. 예를 들면 열을 빨리 내리게 한다고 아이 몸을 찬물로 닦는 엄마들이 간혹 있다. 빨리 증발시킨다고 몸을 닦는 물에 알코올을 섞기도 한다. 이거, 절대 안 된다. 찬물로 닦으면 혈관이 수축돼 몸 속 열이 발산되지 않아 체온이 오히려 더 올라갈 수 있다. 피부와 몸 속 온도 차이가 클수록 아이도 더 힘들어진다. 알코올은 아이 몸 속으로 흡수돼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열이 오르기 시작할 때 바로 옷을 벗기면 아이가 너무 추워한다. 열은 잡아야겠는데 아이는 춥다 하면 초보 엄마들은 어찌할 줄을 모른다. 이럴 땐 일단 잠시 두고 보는 게 좋다. 열이 오를 만큼 올랐다 싶으면 아이는 덜 춥게 느낀다. 바로 그때부터 30도 안팎의 미지근한 물로 닦아 몸에 묻은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이 서서히 내리게 해줘야 한다.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는 "물론 (몸을 닦는 도중에도) 다시 몸을 떨 수 있지만, 열이 이미 오른 뒤에 그런 건 일시적인 증세이고, 열이 떨어지면 괜찮아진다"며 "추워해도 그냥 닦아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열이 날 땐 몸 속 수분이 금방 줄어든다. 보리차나 주스 등을 조금씩 자주 먹여서 탈수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이젠 열에 대해선 웬만하면 당황하지 않는다. 겪은 대로 아는 대로 침착하게 대응하면 되니까. 경험과 지식의 힘이다. 그 힘이 여자를 엄마로 만드는 것 같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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