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양상이 험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준안 처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강행처리도 불사할 태세다. 이에 맞서 민주당과 민노당 등 야 5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한다는 결의를 다졌다. 어제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들이 비공개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에 실패했고,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제소제도(ISD)에 대한 여ㆍ야ㆍ정 끝장토론도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오늘 국회 외교통일통상위원회 의결에 이어 내달 3일 본회의에서 비준안 통과를 밀어 붙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꼴사나운 충돌이 불 보듯 뻔하다. 그간 국회 폭력사태는 국민의 분노와 정치권 혐오를 불러 일으켰다. 안철수ㆍ박원순 현상으로 현실화한 정당정치 불신은 그런 분노가 쌓인 결과다. 여야 대치와 충돌은 국민의 환멸과 불신을 더욱 깊게 할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여야는 끝까지 머리를 맞대고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야권이 강력히 요구해온 통상절차법 제정과 농ㆍ어업 등 피해분야 보호대책 마련 등에서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 문제는 ISD 조항 폐지 등 미국과 이른바 재ㆍ재협상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야당은 이런 독소조항과 주권침해 소지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비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다음 총선에서 국민 의사를 물어 한미 FTA의 운명을 19대 국회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미 FTA는 지난 정부 이래 5년 이상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온 사안이다. 이제 매듭을 지을 때가 됐다. 소모적 갈등과 대립을 마냥 끌고 가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일부 독소적 요소가 우려되는 조항이 있고 피해대책도 충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측면도 없지 않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 상식을 기준으로 문제점과 이해득실을 평가하고, 시간을 갖고 보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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