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중국 고속철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7월 2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원저우(溫州) 고속철 추돌 사고 이후 안전성 재검토에 들어간 뒤 기존 철도건설계획을 대폭 축소한데다 금융권이 철도 건설에 투입하려던 자금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첨단 기술력을 상징하고 고속경제성장의 성과물로 꼽히는 고속철의 건설이 중단 위기로 빠져 들고 있다.
홍콩 밍바오(明報)는 서부대개발지역의 남북을 관통하는 란저우(蘭州)_충칭(重慶) 고속철 사업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공정의 90% 정도가 전격 중단됐다고 30일 보도했다. 공사를 맡은 건설 노동자 임금 3억위안(521억원)도 지급이 중단돼 수만명이 격렬한 시위를 하고 있다. 고속철이 지나는 쓰촨(四川)과 간쑤(甘肅)성 지방정부는 철도건설업체인 중국철도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등 긴급대책에 나서고 있다. 중국철도그룹의 한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지원 축소에다 투자자금까지 끊겨 공사에 들어가는 시멘트와 강철 등 원자재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자 임금마저 주지 못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 개통 예정인 란저우_충칭 고속철 공사구간은 총길이 820㎞로 쓰촨성, 간쑤성, 충칭시를 잇는 서부대개발지역의 교통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돼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9일 간쑤성에서 철도 건설 근로자를 태운 차량이 전복해 2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해 현지 분위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오전 7시30분께 간쑤성 린타오현에서 발생했는데 사고 차량은 당시 철도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심각한 것은 란저우_충칭 고속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전역에서 자금줄이 말라 중단된 철도사업의 절반 가량이 시속 200㎞ 이상 달리는 고속철 프로젝트"라며 "고속철을 비롯해 도로 등의 터널 중 공사가 중단된 구간이 5,300㎞에 이른다"고 전했다.
금융권 투자자들도 속속 등을 돌리고 있다. 고속철 사업을 주관하는 철도부의 막대한 부채와 사업 확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이들 사업에 돈을 대려는 투자자들이 속속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철도부의 부채는 6월말 현재 2조900억위안으로 3개월 만에 1,100억위안이나 증가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철도부의 방만한 경영이 원저우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철도부를 폐지하고 국무원 산하에 가칭 철도공사를 설립해 철도건설을 관리ㆍ감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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