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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결국 유네스코 정회원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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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결국 유네스코 정회원 가입

입력
2011.10.3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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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이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유네스코 가입을 확정지었다. 미국은 그 동안 팔레스타인이 정회원 지위를 획득할 경우 유네스코에 대한 자금지원 중단 및 탈퇴 가능성을 공언해 온 터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물론 중동 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31일 "팔레스타인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194개 전체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회원 가입 승인 투표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은 이날 아랍연맹과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의결정족수인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확보했다. 총 173개국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07표, 반대 14표, 기권 52표 등으로 나타났다. 유네스코는 기권의 경우 투표수에 산정하지 않아 팔레스타인은 81표 이상만 얻으면 된다. 미국, 독일, 캐나다 등이 반대했고 프랑스는 찬성표를 던졌으며 우리나라는 기권했다.

팔레스타인은 앞서 4일 가입 신청에 대한 유네스코 집행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40표, 반대 4표, 기권 14표를 획득해 회원국 투표 자격을 얻었다.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은 유엔 회원국 지위를 얻기 위한 우회 전략이 성공을 거뒀음을 의미한다. 팔레스타인은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거부권 행사를 천명한 미국의 입김에 눌려 안보리 심의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영국 BBC는 "팔레스타인이 거부권 규정이 없는 유네스코 가입을 활용해 뉴욕(유엔본부)으로 가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어떻게 해서든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입성을 저지하려 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 정회원 지위를 얻으면 주권국가로 인정받는 셈이어서 유엔,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콰르텟(Quartet)이 중재하는 이-팔 평화협상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팔 사이에 새로운 분쟁이 싹틀 것이란 전망도 있다. 유네스코 정회원 국가들에는 자국 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팔레스타인이 이미 템플마운트, 예수탄생교회 등 핵심 유적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결과 이스라엘 영토로 편입된 동예루살렘 내 이슬람 역사ㆍ문화 유적 역시 소유권 다툼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팔레스타인을 식구로 받아들인 것이 유네스코에도 반드시 좋은 결과는 아니다. 미국은 90년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인정하는 국제기구에는 재정 지원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 뒤 이를 근거로 총회 투표 자체를 반대했다. 미국이 유네스코 예산의 22%인 연 7,000만달러의 돈을 대는 최대 후원국 임을 감안할 때 미국의 지원이 끊길 경우 유네스코가 입을 재정적 타격은 심각하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규모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20년 전 만든 낡은 법에 집착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은 아예 유네스코 탈퇴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미국은 84년 유네스코의 정치적 편향을 이유로 탈퇴했다가 2003년 재가입한 이후 꾸준히 영향력을 키워 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은 당초 이-팔 평화협정을 통해 국경획정과 보안 문제 등 분란의 소지를 없앤 뒤 팔레스타인에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려던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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