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에… 콰아앙…" 대구 동구 지저동 대구공군기지(K2) 주변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는 전투기 폭음 스트레스로 죽을 맛이다. F15K 등 공군 주력전투기가 많아 국내 공군기지 중에서도 유독 소음이 심하다. 최근 문을 연 K2소음피해법률지원센터를 찾은 기자도 수시로 대화를 중단해야만 했다. 이중, 삼중창도 소용이 없다.
소음도 머리 아픈데 최근 주민들을 더욱 열 받게 하는 일이 생겼다. 전투기소음피해배상 청구소송에서 7년여만에 이겼지만 변호사가 365억원이나 성공보수금으로 가져간다는 소식 때문이다.
성공보수금 수백억 대?
대구 동구 주민들은 2004년 말 서울지역 최모(45)변호사에게 전투기소음피해배상청구소송을 위임했고, 이듬해 1월 소를 제기해 올해 5월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났다. 7년 넘게 걸려 나온 결론이다.
대법원은 동구 주민 2만6,782명에게 판결원금 511억원과 지연이자 288억2,000여만원 등 799억6,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확정판결 후에도 국방부는 즉시 지급하지 않아 지연이자 총액은 3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소송을 대리한 최 변호사가 799억6,000여만원 중 "(성공보수금은) 판결원금의 15%와 지연이자로 한다"는 '보수약정'을 근거로 원금 중 76억7,000여만원(15%)과 지연이자 등 총 금액의 46%에 이르는 364억9,000여만원을 가져가면서부터다.
주민들은 "어떻게 성공보수금이 배(15%)보다 배꼽(지연이자)이 몇 배나 되고, 변호사가 독식하는가"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 "약정서 서명 대표성 없다"
최 변호사측은 주민들과의 보수약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04년 8월, 10월 승소금액의 15%와 지연이자로 하는 약정계약에 '주민대표' 87명이 서명했다는 것. 또 항소심 판결이 난 올 1월에도 승소 주민들에게 개인별 판결금액과 성공보수 등에 관한 안내문을 보냈고, 해당 주민들이 동의서에 서명했다는 점도 내세운다.
반면 주민들은 보수약정 당시 지연이자를 성공보수금으로 한다는 사실을 듣지 못했고, 올해 안내문의 지연이자 개념과 금액을 전혀 몰랐다며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약정서에 서명했다는 87명은 주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지 못해 대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연이자 반환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집행위원장은 "2004년 1, 2차 약정서 모두 심각한 절차상 하자로 효력이 없고, 주민대표 87명도 법적 위임장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서명날인한 사람들도 주민대표자격이 아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대다수 주민들이 모르게, 특정인 4, 5명이 밀실에서 논의하고 작성한 약정서는 원인무효"라고 주장했다.
지연이자 문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자 동구청과 시민단체, 주민대표들은 이달 초 '지연이자 반환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민형사소송에 나섰다.
1차로 동구주민 200여명은 동구 고문변호사를 통해 대구지법에 11일 '과다수임료 및 지연이자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일에는 정식으로 'K2소음피해법률지원센터' 개소식을 했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위임장 접수와 소송 관련 설명회를 열고 있다.
비대위는 또 25일 2004년 당시 원고인단 모집과 최 변호사 선임에 앞장섰던 최모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 변호사 "지연이자 절반 내 놓겠다"
최 변호사측은 최근 주민들에게 '지연이자의 절반을 반환하는 대신 관련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명지를 보냈다.
최 변호사는 "7년여 전 약정 당시 3년 정도로 예상한 소송이 7년 넘게 걸리면서 지연이자도 크게 늘었다"며 "일부 반환을 생각했지만 협상 창구가 없어 미루다 일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50% 반환을 제의한 것에 대해 "착수금 없이 소송비용을 우리가 부담했고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대리한 점, 패소 주민을 포함하면 원고가 7만5,000여명에 이르며 각종 판례 등을 검토한 끝에 50%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여전히 85% 또는 100% 반환을 요구하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이다. 게다가 이번 소송 관련자 중 일부는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져 복잡하게 꼬일 우려가 높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대구 북구지역(승소인원 1만7,000여명)에선 지연이자 170억원 중 70억원을 주민들이 돌려받기로 최근 합의했으나 동의하지 않은 주민은 별도로 소송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놔 동구지역 사태추이에 따라 대규모 소송전을 배제할 수 없다.
이재혁 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소제기 직전 3년까지로, 이후 피해는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 시간적ㆍ경제적 낭비가 크므로 특별법을 제정, 소송 없이 주민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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