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 결국 노사이드(무승부)다."
10ㆍ26 재보선 직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선거 결과를 자평하면서 한 말이다.비록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졌지만, 8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완승했음을 부각시키고 싶은 속내가 반영된 표현이었다. 하지만 홍 대표의 이 같은 평가는 당 밖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연일 비판의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상황의 엄중함을 모르는 안이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28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면서 시간 벌고 넘어가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종이 몇 장에 쓰인 쇄신안, 외부 전문가 몇 명 불러 토론하는 것은 젊은 세대들 보기에는 꼼수"라며 홍 대표의 발언 등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성동 의원도 "홍 대표가 이번 선거가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볼 수 없다고 한 것은 매우 적절하지 못하고, 심각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의원은 27일 밤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인구 수나 상징성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지는 서울을 뺏겼으니 '진 게 아닌'게 아니다"며 "더 걱정인 것은 홍 대표의 발언이 서울시민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루라도 빨리 수도권의 2040세대가 왜 한나라당을 버렸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만일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 뒤에 '사실상 승리'했다, '진 게 아니다' 말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태근 의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다수 국민의 생각이 오만과 불통이고 그것을 바로 잡지 못해 한나라당이 심판 받은 것"이라며 "그런데 홍 대표의 궤변도 국민 보기에는 오만으로 보여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당 안팎에선 홍 대표가 자신을 겨냥한 보선 패배 책임론에 선을 그으려다 도리어
더 큰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8월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직후에도 "25.7%의 투표율은 사실상 승리"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고, 이후'사실상 대표'라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홍 대표는 이 같은 당 안팎의 비판이 무척 곤혹스러웠던 모양이다. 좀처럼 트위터에 글을 올리지 않았던 그는 27일 밤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제가 이번 선거를 노사이드라고 한 것은 서울시장 선거만을 두고 한 것이 아니다"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했기에 선거는 전국적인 관점에서 보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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