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의 냉장고가 미국서 덤핑 판정을 받았다. 두 회사 제품이 미국시장을 절반 이상 휩쓸게 되자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미국에서 반덤핑 관세를 물게 된 경우는 1986년 컬러TV 제소 이후 25년 만이다.
미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국과 멕시코 공장에서 만든 프렌치도어형 냉장고(FDR)를 지나치게 싸게 판매했다며 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프렌치도어형 냉장고는 국내 판매는 하지 않고 미국에만 수출하는 제품으로 냉장실 아래 냉동고가 배치된 제품이다.
예비 판정이긴 하지만 양 사는 해당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보복성 반덤핑 관세를 물어야 한다. 업계는 덤핑률과 수출 물량에 따라 달라지는 반덤핑 관세가 10억~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냉장고 비수기인 겨울철이고, 추수감사절부터 성탄절로 이어지는 미국의 연중 최대 대목인 홀리데이 시즌용 제품 수출을 양 사 모두 이미 끝낸 상태다.
미 상무부는 덤핑률을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산 32.2%, 멕시코산 36.65% ▦LG전자의 경우 한국산 4.09%, 멕시코산 16.44%로 발표했다. 함께 조사를 받은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덤핑률이란 정상 가격에서 수출 가격을 뺀 차액을 과세가격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따라서 덤핑률이 높을수록 더 많은 반덤핑 관세를 물게 된다.
이번 조사는 국내 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긴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CT)에 제소하면서 이뤄졌다. 지난해 미국 프렌치도어형 냉장고 시장은 삼성전자 36.6%, LG전자 19.1%로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56%에 육박한다. 반면 월풀의 시장 점유율은 8.5%이다. 때문에 이번 덤핑판정은 미국 가전업체의 '분풀이성 제소'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또 한ㆍ미FTA 비준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 가전업체들의 선제적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예비 판정에 따라 두 업체는 미국 조사단의 공장 방문 등 현지 실사와 서면 조사 등의 후속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조사를 토대로 내년 3월 최종 판정이 내려진다.
국내업체들은 최종 판정에서 무혐의를 받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철저한 준비를 통해 최종 판정에서 무혐의를 받도록 하겠다"며 "무혐의 판결을 받으면 지금 반덤핑 관세를 내고 수출한 제품의 경우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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