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를 바꿔주는 가게/프란체스카 사이먼 글·피트 윌리엄슨 그림·최제니 옮김/예림당 발행ㆍ초등 저학년ㆍ8,000원
자극에 대한 반응이 즉물적인 아동기야말로 부모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요란하게 진자운동을 하는 시기다. 그래서 아이들 입에서는 패륜에 가까운 잔혹한 말들도 때때로 거침 없이 나온다. 엄마 아빠를 다른 집 부모와 바꾸고 싶다는 바람은 그나마 보편적이고 무난한 내적 욕망에 속할 것이다.
영국 동화 <엄마 아빠를 바꿔주는 가게> 는 아이들의 이런 불온한 소망을 유쾌하고 신랄하게 그린 그림책이다. 동화치고는 수위가 좀 높다 싶을 정도로 묘사와 서술이 통렬하지만, 한 장 한 장이 톡 쏘는 탄산음료처럼 재치 있고 유머 넘쳐 한참을 깔깔거리게 만든다. 엄마>
주인공은 엄마 아빠의 끊이지 않는 잔소리에 지친 초등생 소녀 아바. 30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터덜터덜 귀가하던 길에 아바는 '다양한 부모님 완비! 신세대 부모님 확보!'라고 쓰인 부모님 중고품 가게 전단지를 발견하게 된다. 역시나 또 잔소리를 들은 아바는 중고품 가게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을 배송하고 마음에 드는 새로운 엄마 아빠를 고른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인물의 성격을 과장되게 표현한 만화체의 그림이 포복절도할 만큼 재밌다. 하루 종일 군것질을 해도, 밤늦도록 TV만 봐도, 학교에 가지 않아도, 심지어 위험한 짓을 하다 다쳐도 전혀 잔소리를 하지 않는 새 부모의 나태와 방종은 '추리닝' 차림에 오래 감지 않아 딱 달라붙은 머리카락, 무릎까지 내려올 것 같은 다크서클, 멍한 눈동자로 표현됐다. 반면 잔망스러운 아바가 벌어진 앞니를 드러내며 영악하게 씨익 웃는 장면, 성났을 땐 눈썹과 머리카락이 치켜세워지는 모습 등은 아바의 내면 심리를 활기차게 드러낸다.
입장 바꾸기를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아바와 엄마 아빠의 화해과정을 보며 각자의 버전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책 속 중고품 가게엔 다양한 옵션의 부모들이 구비돼 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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