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남자인데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낸다. 카운터테너(countertenor) 얘기다.
국내에서는 희귀한 존재지만 고전음악의 본고장인 독일 등지에서는 흔하다. 국내에서 카운터테너로 활동하고 있는 루이스 초이(34ㆍ본명 최경배)씨는 대학 2년을 마친 뒤 군에 갔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뒤늦게 발견했다. 그리고는 독일의 뒤셀도르프슈만국립음악대학으로 유학을 가 본격적으로 카운터테너의 길로 들어섰다. 우리나라에서 카운터테너로 소프라노 역할을 하는 가수는 자신이 유일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귀국해 국내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은 관객들은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만나보니 그는 분장만 잘하면 여자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 좀 여성적인 이미지다.
"이미지가 곱게 나와야 한다.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소프라노 소리를 내는 것은 좀 그렇다. 이왕이면 깔끔하게 차리는 것이 좋다. 독일에서 오페라 공연을 해도 악당 역할은 아니었다. 왕자나 임금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머리를 길렀다. 한국 오면서 좀 잘랐다."
_ 카운터테너가 뭔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남자의 가성을 가지고 호흡과 발성을 통해 진성처럼 소리를 내는 것이다. 영화 '파리넬리'에 나오는 것은 거세된 카스트라토(castrato)다. 중세 시대에는 성당에서 여자들은 노래를 못하게 했다. 그래서 보이(boy) 소프라노가 나왔다. 변성기 이전 소년들을 거세해서 음악을 하게 한 것이 카스트라토다. 물론 당시에도 카운터테너가 있었다. 하지만 파리넬리처럼 카스트라토가 워낙 인기가 있어서 카운터테너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 이후 거세를 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자 다시 1920년대에 카운터테너가 복원되기 시작했다. 바로크나 중세음악을 복원한 것이다. 당시 클래식에서 헨델, 바하, 모차르트 등이 카스트라토를 위해 썼던 곡들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예전에는 카스트라토가 여자 역할도 했다. 원래 역할은 시종이나 소년, 왕 등이다. 그러다 여성들이 진출하면서 이 역할을 여성들이 대신했다. 나중에 카운터테너들이 이를 다시 차지한 것이다. 독일은 이미 카운터테너의 자리매김이 잘 되어있다. 현재 한국은 시도 차원에 불과하다. 한국은 오페라, 팝페라, 크로스오버 음악 등에서 카운터테너가 쓰인다. 카운터테너는 80~90%가 알토다. 하지만 나는 소프라노다. 한국에서는 유일하다."
_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언제 알았나.
"대학 2년을 마치고 군대에 가서 알게 되었다. 카운터테너가 독일에서 시작되어 영국 미국 등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도를 해본 것이다. 따라하고 모방하다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_ 남성이 여성의 소리를 내면 좀 창피하지 않은가.
"10년 전 공연을 할 적에는 관객들의 4분의 3 정도는 웃었다. 멀쩡한 남자가 여자 소리를 내니까 그랬다.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 많이 했다. 하지만 제대로 배워서 노래를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떠났다. 지금은 반응이 많이 좋아졌다. 나이 든 분들은 아직까지도 그런 선입견을 가진 것 같다. 하지만 3~4곡 부르다 보면 첫번째 곡에서는 '왜 남자가 저런 소리를 낼까' 하는 반응을 느끼지만 다음 곡부터는 제대로 된 음악으로 봐준다."
_ 국내에 카운터테너는 누가 또 있나.
"대학시절에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있으나 중간에 포기한 경우가 많다. 내가 가장 먼저 유학을 갔다가 돌아왔다. 그 당시 나를 가르쳤던 교수는 여자였다. 그 분도 뒤셀도르프를 나왔다. 내가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후배들도 이제는 많아졌다."
_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독일에서는 소속사가 있지만 국내에는 없다. 뮌헨의 한 기획사 소속으로 1년에 한두 번 거기서 공연한다. 유학 마치고 한국으로 왔는데, 클래식 음악으로는 소속사를 갖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다. 공연을 잘하면 그 다음 공연이 들어오고, 뭐 이런 식으로 한다."
_ 독일로 가기 전에는.
"학교에서 카운터테너를 전공했다. 배제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사를 2년 6개월 하다가 유학 갔다. 뒤셀도르프슈만국립음악대학에서 오페라로 석사를 받았고, 오페라와 종교음악 등으로 연주학 박사를 받았다."
_ 앞으로의 계획은.
"한국에서 일단 교수가 되고 싶다. 많은 공연을 통해 이름을 알려서 인정을 받으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카운터테너로 살기에는 독일이 오히려 편하다. 하지만 첫 카운터테너 출신 한국 교수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다. 한국에서 도전해 반드시 성공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순탄한 편이다. 물론 독일에서도 1년에 한두 번은 공연할 생각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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