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를 짚은 27일자 사설에서 “단순히 ‘대오각성’ ‘겸허히 수용’이라는 뻔한 수사(修辭)로 넘어갈 수는 없다. 그 누구보다 패자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본질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무겁게 받아들인다” “깊이 새기겠다”는 말을 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말씀이 있었으니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이런 다짐이 나온 직후 청와대는 경호처장에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지식경제부 장관에 홍석우 코트라 사장을 임명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모두가 눈과 귀를 의심했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해놓고 나온 인사가 민심과는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어 경호처장은 경찰청장 시절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데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홍 장관은 코트라 사장에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보은(報恩)ㆍ회전문 인사라는 논란을 초래한 것이다.
청와대는 인선 배경을 식견, 경험, 능력으로 설명했다. 두 사람의 업무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정무직 인사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인사를 통해 국민들에게 탕평의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고, 쇄신 의지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자성을 한 지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나온 첫 작품이 논란만 가중시킨 인사였으니,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능력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사실 이 정부는 출범 초부터 ‘고소영(고려대ㆍ소망교회ㆍ영남) 강부자(강남ㆍ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금도 주요 권력기관장들을 보면, 국정원장 법무장관 국세청장 민정수석은 TK(대구ㆍ경북) 출신, 경찰청장과 신임 경호처장은 PK(부산ㆍ경남) 출신으로 대부분 영남인맥이다. 군의 경우도 육군과 공군 참모총장, 기무사령관이 영남 출신이다. 대통령이 권력기관장으로 믿고 맡길 사람은 영남 출신밖에 없는지 답답하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는 이런 편중인사, 보은인사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으려면 말만으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인사와 정책, 정치행태를 보면서 진정성을 헤아린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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