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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10·26 서울시장 보선과 중산층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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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10·26 서울시장 보선과 중산층의 정치학

입력
2011.10.2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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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산층 맞아?"

대학을 졸업하고 중견 회사에 입사해 20여 년을 지냈는데도 늘 돈이 부족해 허덕이는 월급쟁이들이 친구들 만나면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하는 푸념이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장만하고 나니 한 달 이자만 100만원이 넘어가고, 아이들 사교육비도 1명당 100만원 가까이 든다. 월급에서 이것저것 제하면 겨우 살림할 정도만 남으니 돈 모을 여력도 없고, 노후자금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한다. "아파트와 자식이 돈 잡아먹는 괴물 같다"는 불만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 '한국 중산층의 변화와 경제 사회적 결과'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분석이 있다. 지니계수로 측정한 경제적 양극화 수준과 정당간 정치적 양극화 지수 사이에 0.96이라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 소득분배의 불균형지수와 정치적 양극화가 거의 일치한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는 "중산층 비중의 감소는 정치엘리트들의 이념적 양극화를 통해 정당간 갈등을 심화한다"면서 미국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소득 불평등 심화와 더불어 공화, 민주 양당 내에 온건파 의원 수가 감소하고 양당간 이념적 거리가 확대되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10ㆍ26 서울시장 보선 결과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위기에 처한 중산층의 민심이 선거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30~40대의 경우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탈락 위기에 있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현실 정치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중산층 가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가구소득(중위소득)의 50~150% 범위에 속한 가구를 뜻한다. 중위소득 50%미만인 가구는 빈곤층으로, 중위소득 150%이상인 가구는 고소득층으로 분류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의 1인당 GDP는 3배 이상 증가했으나 중산층의 비중은 8%나 감소했고 중산층의 가계수지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1990년 75.4%에 달하던 중산층 비중은 2010년 67.5%로 감소했다. 저소득층은 7.1%에서 12.5%로 늘어났고, 고소득층은 17.5%에서 20.0%로 늘어났다.

공교롭게도 고소득층 대 중산층+저소득층의 비율이 정확히 20대 80이 된 것이다. 일부 연구소는 통계청이 작성한 중산층 비율이 너무 높게 나왔다며 실제로는 10% 가까이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중산층 변화에 대한 분석' 연구에 따르면 1990년의 대표적 중산층은 '30대 고졸자로 제조업에 종사하는 남성 외벌이'였다. 하지만 2010년의 대표적 중산층은 '40대 대졸자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맞벌이'로 나타났다. 지난 20년간 중산층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37.5세에서 47세로 10세 가까이 높아졌고, 맞벌이 비중은 15%에서 37%로 2배 이상 많아졌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시기는 늦어지고 외벌이로는 중산층의 가계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중산층의 약화는 세계적 추세다.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중산층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각국이 복지비용을 삭감하고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규제 완화, 민영화, 작은 정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한 결과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산층이 위기에 매우 취약한 계층이라는 것이다. 이는 근로소득이 가구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인데, 실직할 경우 가계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것도 중산층 육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사회의 계층구조는 '항아리 형'이 되지 못하고 '모래시계형'으로 진행돼 왔다. 2006년 통계를 보면 한국의 중산층 비중은 OECD 21개국 중 17위에 머물고 있다.

중산층 약화는 양극화 등으로 사회통합을 어렵게 만들고 각종 사회적 병리현상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정파괴, 이혼, 자살, 개인파산, 범죄 증가, 계층갈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중산층은 내수의 기반이자 사회통합의 근간이다. 중산층의 확대는 계층구조를 다원화해 사회구성원이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양극화하는 것을 막아 사회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극단적인 좌ㆍ우파 정당의 중도화를 유도하고 중도정당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獵募?분석도 있다. 중산층을 육성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야 정치안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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