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메이저정당 공천자들 뒤에 죽 늘어선 생소한 인물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아무리 봐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데 왜 출마를 할까. 이름 한 번 알리고 싶어서? 단지 그러기엔 선거비용 지출규모가 만만치 않다. 예전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던 인사에게 물었더니 뜻밖에도 “당선을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동창, 온갖 참여모임의 구성원, 이런 저런 친분을 맺은 이들, 또 그 가족…. 이런 식으로 계산해보면 간단하게 당선에 필요한 수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수년이 지났어도 그는 참담했던 득표율을 도저히 납득 못하고 있었다.
▦선거와 같은 공공적 선택에서 느슨한 인맥이 갖는 힘은 사실 크지 않다. 더욱이 투표는 부담감 없는 익명행위다. 인연, 인맥이란 걸 요즘 식으로 말하면 네트워크다. 과거에는 정당조직이 그나마 네트워크를 가동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선거란 결국 조직의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그러나 정확히 따져보면 조직선거는 순수성과 자발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직책이나 열성당원들의 득표활동이란 것도 결국은 돈과 자리 보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이런 보상 제공이 점차 쉽지 않아지면서 정당조직의 네트워크 가동능력은 급속하게 위축됐다.
▦SNS는 이전의 일차원적 인연, 인맥 형성과 정당조직의 보상형 동원능력을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의 네트워크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SNS는 또 한 번 유감없이 그 위력을 입증해 보였다. 대표적 SNS인 트위터 사용자들은 가공할 정보전파력과 속도, 대중동원력으로 선거의 흐름을 일찌감치 장악했던 것이다. 도무지 변화에 굼뜬 한나라당이 이번에야말로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다. 부랴부랴 당 쇄신의 첫째 과제로 SNS 역량강화를 설정하고 구체적 방안으로 SNS 전문가 영입, 관련 어플리케이션 개발, SNS를 통한 대국민 소통 강화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개인적 인맥이든 SNS든 네트워크는 다만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본질은 아니다. 앞서의 낙선자 역시 네트워크에만 집착했을 뿐, 정작 유권자에게 확신을 주기 어려운 자신의 자질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 네트워크 문제만 뼈 아파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반성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고루한 체질 그대로의 SNS 소통시도는 조롱 당하기 딱 좋은 개그소재다. 일반대중의 현실인식, 시대 변화의 도도한 흐름과 따로 노는 당의 인식과 인물, 구조 등 콘텐츠 전반을 바꾸지 않고는 도저히 길이 없다. 핵심은 전달방식이 아닌, 전달할 내용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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