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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역사 속 기독교의 폭력 큰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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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역사 속 기독교의 폭력 큰 수치"

입력
2011.10.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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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역사에서 기독교의 이름으로 폭력이 행해진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굉장히 큰 수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아시시 성프란체스코 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종교 지도자간 기도모임'에서 기독교의 역사적 과오를 시인했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등 전세계 종교지도자 300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 교황은 "폭력과 전쟁, 테러리즘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신의 이름으로 모든 종교는 지구촌의 정의와 평화, 용서와 사랑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종교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면서 "삶에서 신의 실종은 인간의 도덕적 행동기준을 없애 세상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기독교의 역사적 잘못을 시인한 것이라기 보다 이슬람 세력의 테러리즘을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인 1986년 당시 종교인 평화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후 모든 종교가 평등하다고 보는 원칙도 비판해왔다"고 보도했다. 교황은 2001년 9ㆍ11테러 이후 "이슬람 역사는 폭력적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반대했으며 기독교가 유럽의 근본 토대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86년 주도한 종교인 평화모임 25주년을 맞아 개최됐다.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십자군 전쟁과 유대인 박해 등 기독교가 저지른 역사적 잘못을 사과한 적이 있다. 이날 행사에는 종교가 없는 불가지론자 4명도 참석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신앙은 없지만 진리를 희구하며 하느님을 찾는 과정에 있는 사람을 대표해 불가지론자를 초대했다"며 "이들은 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신앙'을 가진 무장세력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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