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와 종이 쇼핑백 중 어떤 게 더 환경친화적일까. 종이 쇼핑백을 들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마트에서 쓰는 비닐봉지를 만드는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0g. 반면 재생종이로 쇼핑백을 제작하면 이산화탄소 12g이 방출된다. 고급종이를 쓸 때는 이산화탄소 80g이 나온다. 비닐봉지를 만들 때보다 8배 많은 양이다.
영국의 환경상담가 마이크 버너스리가 지은 <거의 모든 것의 탄소발자국> 은 이처럼 문자 메시지 보내기, 웹 검색하기, 맥주 한 잔 마시기 등 일상생활의 시시콜콜한 93가지 행동을 '탄소발자국'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탄소발자국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말한다. 거의>
탄소발자국이란 돋보기로 들여다본 세상은 이전에 알던 것과 다르다. 대표적인 게 유기농 식품. 저자는 몸에 좋은 유기농 식품이 저탄소 관점에선 그다지 착한 식품이 아니라고 말한다. 유기농 달걀을 생산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공장식 축산방식을 쓸 때보다 25% 많기 때문이다.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떨어져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유기농 토마토 역시 착한 식품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밖에도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빼곡히 들어 있다. 가령 월드컵을 한 번 치를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280만톤. 이는 우주왕복선이 6,000번 비행할 때나, 치즈버거 14만개를 만들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량과 같다. 농사를 지어 쌀 1㎏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경유 1L를 태울 때보다 많다.
이 책은 '지구를 살리는 100가지 방법' 같은 거룩하지만, 고리타분한 메시지를 말하진 않는다. 대신 '봐라, 당신의 행동이 이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저자는 "일상에서 선택을 할 때마다 그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어느 정도일지 생각하는 '탄소 감각'을 갖추도록 돕고 싶었다"고 했다. 자신만의 저탄소 생활을 설계하는데 이 책이 밑거름으로 쓰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지구온난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이 다가온다는 오늘날, 탄소 감각은 경제 감각이나 패션 감각보다 훨씬 중요할지 모른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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