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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과 일자리… 반려동물 장례 치르는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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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과 일자리… 반려동물 장례 치르는 어르신들

입력
2011.10.2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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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롱이 잘 부탁해요."

27일 오후 인천 부평구 김미영(가명)씨 집. 김씨는 태어나면서부터 10년간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한 애완견'아롱이'가 관에 담기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울고 있는 김씨 옆에 정장차림으로 앉아있던 찾아가는 반려동물 장례서비스업체 '에이지펫'(AG Pet)의 설완종(60) 의전팀장과 직원 황인갑(72)씨가 곧 관을 들고 김씨 집을 나왔다. 천주교인인 황씨는 "주인 김씨도 천주교인이라 함께 '아롱이'를 위한 기도를 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17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에이지펫 직원은 설 팀장과 황씨를 포함해 의전팀과 콜센터팀 등 모두 12명. 직원이 모두 60~70대 노인들이다. 에이지펫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직원 중 최고 연장자인 황씨는 "일선에서 물러나 최근 몇 년간 집에 있다 보니 체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기분도 우울했는데 다시 일을 시작하니 좋다"며 "처음엔 일의 특성 때문에 잠시 주저했지만 집에서도 애완견을 키우고 있어 쉽게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급여는 한 시간에 5,000~6,000원 선. 하루 평균 6시간 정도 근무하며 콜센터로 장례요청이 오면 '의전팀'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사체를 수습 후 관에 담아 장례사업소로 옮긴다. 사체는 수분을 제거하고 건조된 유골을 가루로 처리하는 친환경 과정을 거쳐 화분에 뿌려지는 등 주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다시 가족 품에 안긴다.

에이지펫 직원들은 노인일자리박람회 등에서 몰린 50여명 가운데 약 6대1 경쟁률을 뚫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최대 선발 기준이다. 반려동물을 잃은 가정의 슬픔을 배려하는 마음 없이는 업무 자체가 불가능한 이유에서다. 설 팀장은 "20년간 애완견을 길러봤다"며 "같은 슬픔을 경험해 본데다 인생 경륜도 쌓여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이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노인 문제 해결과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거리를 발굴함으로써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효과가 그것이다. 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며 "서울 이외 지역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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