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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주의,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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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민주주의,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2011.10.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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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시민들이 많은 피를 흘리며 42년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카다피를 몰아냈다. 민주화 시위가 내전으로 치달으면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 리비아의 민주화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정치사를 생각해보게 된다. 권위주의 독재를 철폐하고 민주주의를 이루고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민주주의는 그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쟁취해야 할 귀중한 것이었다.

흠집내기 구태 재연된 선거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실망스럽다.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흠집 내기로 얼룩진 이번 보궐선거나 우격다짐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면서 이것이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민주주의 실상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일까.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이다. 선거는 국민의 선택을 결집하는 방식으로서, 과거에 대한 국민의 평가이며, 미래에 대한 국민의 선택이다.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국민을 대표하여 정부 정책을 감시하는 국회의원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그러나 선거는 민주주의의 형식적인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다수결에 따라 대표가 선출되지만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고 그 후보가 최적임자라거나, 그가 내세우는 정책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투표수를 합산한 최대다수가 아니라 계층, 지역, 세대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의 결과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과정이 중요하다.

공론의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생각과 선호를 가진 시민들, 그들을 대변하는 후보들 사이에 진지하고 성의 있는 토론과 정책적 타협을 도출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 안에서 이 같은 시도를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은 상대후보가 내세운 정책의 타당성과 현실성에 대해 논의하거나 비판할 수 있고, 국회는 상임위원회나 본회의에서 충분히 논쟁을 전개할 수 있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 매체들도 훌륭한 공론의 장을 제공한다.

공론의 장에서 대화와 토론을 한다 해도 항상 최선의 대안이 선택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을 제시하고 평가하기보다 상대후보에 대해 흠집을 내는데 열중한다면 오히려 감정의 골만 깊게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군대문제, 나경원 후보의 고액치료비 등에 대한 논란도 이러한 맥락에서 제기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러나 이 같은 태도로 논쟁을 펼친다면 공론을 통한 설득과 합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균형 잡힌 시각에서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의 타당한 논리에는 설득 당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토론에 참여해야 공론을 통한 좋은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

상대방을 싸워서 이겨야 할 적으로 보지 말고 선의의 경쟁자로 보고, 설득의 논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도 꼭 필요한 태도다.

공론의 정치를 지향해야

26일 치러진 재보선의 투표율이 이전의 재보선 투표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의 의견이 모이면 처음보다 더 좋은 대안이 도출될 수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도 공론의 과정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으면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 이제 갈등과 대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가의 미래를 계획하고, 필요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론의 정치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할 방향이다. 내년의 총선과 대선에서는 이러한 정치를 기대해 본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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