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기총리로 유력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방한 둘째 날인 27일 숨 가쁜 '비즈니스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 예방 등 정치일정을 소화했던 리커창 부총리는 한국체류 마지막 날인 이날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만나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리커창 부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박삼구 한중우호협회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한중 관련 단체장들과 만났다. 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 오찬 행사에 참석했다. 리커창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들의 대 중국 투자를 적극 요청한다. 양국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찬에는 '차기 중국의 2인자'를 만나기 위해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출동했다. 허창수(GS회장)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덕수 STX회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회동은 사실상 중국측이 한국기업인과의 회동을 먼저 제의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이 촉박해 많은 총수들이 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중국쪽 비즈니스가 많은 그룹 오너들은 다른 약속을 취소하면서까지 오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STX 강 회장이었다. 강 회장은 전날 총리주최 만찬에 이어 이날 오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2005년 9월 당시 랴오닝(遼寧)성 당서기였던 리커창 부총리가 STX 진해조선소를 찾았을 때, 중국 내 조선소 건립을 고민하던 강 회장에게 "다롄에 조선소를 짓는 게 어떠냐. 관련 인허가는 내가 풀어주겠다"며 외자유치를 적극 제안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STX 관계자는 "다롄조선소 건설에 리커창 부총리의 큰 도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리커창 부총리는 이어 양재동 LG전자 서초 연구개발(R&D)캠퍼스를 방문했다.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강유식 LG부회장 등의 안내를 받으며 3D TV 스마트폰, 디오스 스마트 냉장고, 휘센 입체냉방 에어컨 등 LG 주요 제품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리커창 부총리는 북경대 경제학 박사(1994년) 출신. 그의 이런 숨가쁜 일정에 대해 한 재계인사는 "30시간에 불과한 한국체류기간 중 상당시간을 기업인들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그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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