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선 여파로 여야 정치권의 분위기는 폭풍 전야와 같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후유증으로, 민주당은 대다수 기초단체장 선거의 대패로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27일 지도부 긴급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해법 모색에 나섰다.
여야는 무엇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20~40대의 분노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젊은 세대는 주거와 일자리, 사교육비, 대학 등록금 등 기초적인 생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를 심판했다.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이들의 열망이 '안철수 바람'을 중심으로 응집할 경우 제3의 정치세력이 현실정치를 강타할 수도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일단 당 개혁 방안 제시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민심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서 어느 순간 정치권 빅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미니 대선'으로 불린 10ㆍ26 서울시장 보선의 완패에 따른 수습책으로 일단 당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내 수도권 소장파 일부 의원 등을 중심으로 "당의 문패를 내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전면적인 당 쇄신 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27일 홍준표 대표 주재로 열린 최고위원 비공개 조찬 회동에서는 당 개혁이 주요 화두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도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재보선이 끝났으니 당의 조속한 안정과 개혁 문제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지도부는 내주 초까지 민심 수용과 젊은층과의 소통 강화 등을 위한 당 쇄신안을 취합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나온 26일 밤까지만 해도 홍 대표 체제에 대한 책임론이 당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는 당 지도부 내에서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지도부 교체가 등진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당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됐던 원희룡 최고위원도 "누가 누구를 탓하는 책임론의 차원은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고, 유승민 최고위원도 "서울 민심에 대한 해법을 찾지 않고 변화가 없다면 내년 총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개혁의 속도나 방향이 국민의 정치적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할 경우 지도부 교체와 당명 변경 등을 포함한 당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요구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당내 소장파 모임 '민본21'의 권영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고통 받는 국민들의 우산이 되어 줄 수 없다면 함께 맞아 줄 마음이라도 있는가. 그도 없으면 이제 문닫자"고 격한 심정을 토로했다. 원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고민해야 할 사람들의 고민이 부족하다"며 지도부 책임론 제기를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홍 대표가 이번 선거에 대해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수도권 소장파로 분류되는 정두언 홍정욱 의원 등은 트위터를 통해 "서울은 졌으나 다른 곳은 모두 이겼다. '셧 더 마우스'(Shut the mouth)'", "안 보이는가 아니면 안대를 꼈는가"라며 홍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편 범보수 시민단체의 서울시장 단일 후보로 나섰다 중도 포기한 이석연 변호사도 이날 이번 10ㆍ26 재보선 결과와 관련, "한나라당은 기득권의 철옹성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고 보수 시민사회는 한나라당에 철저히 볼모로 잡혔다"고 비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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