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20~40대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까닭은 무엇일까.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 20대의 69.3%, 30대의 75.8%, 40대의 66.8%가 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나자 젊은층 표심 쏠림 현상의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젊은층의 박 후보 지지율은 지난해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20~40대의 지지율보다도 평균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또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각각 20, 30,40대에서 21.8%, 12.1%, 23.5% 포인트 차이로 야권의 정동영 후보를 눌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심이다. 이를 두고 'N세대(Net+New+No Generation)의 반란과 분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세대의 분노는 일차적으로 IMF 경제 위기와 세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양극화 현상 심화, 청년 실업과 등록금∙보육 문제, 집값 상승 등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정부ㆍ여당의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 수위도 높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27일 "우리나라의 민주화 이후 청소년ㆍ청년기를 보낸 이들 세대는 정부ㆍ여당 등 한국 보수 세력을 자신들의 어려움과 감수성을 대변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대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 같은 배경만으론 이들 세대의 폭발적 정치 참여를 설명하긴 어렵다.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이들에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치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소통 수단과 공간들이 가까이 놓여 있다.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명절 가족 모임이나 회식 등을 통해서 정치적 소통이 이뤄졌으나 요즘엔 혼자 방에 앉아서도 SNS 등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면서 "이는 17,18세기 유럽 민주주의 붐을 가능케 했던 커피하우스와 살롱에 비견되는 공론장"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젊은층이 사회적 불만을 공유하면서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됨으로써 적극적으로 정치 참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N세대의 특징을 세 가지로 규정했다. SNS를 통해 신속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네트워크'(Network)를 갖고 있고, '새로운'(New) 정치와 문화를 추구하고, 불만을 느낄 때 분명한 '반대'(No)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N세대의 정치적 발언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21세기 버전의 직접 민주주의' 또는 '전자 포퓰리즘'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 기존 정치 혐오, 새로운 소통 채널 등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생겨난 현상인 만큼 단순히 경제가 풀린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N세대
본래 Net Generation이란 뜻을 갖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돈 탭스콧이 이란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흔히 1977년 이후 태어나 컴퓨터와 친숙한 세대를 일컫는다. 보통 20~30대를 의미하지만 IT 밀집도가 높은 한국에서는 SNS 접근이 많은 40대도 N세대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일부 학자들에 따르면 N세대는 '새로운'(New) 정치를 추구하고, 불만이 있을 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은층을 뜻하는 것으로도 쓰일 수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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