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조폭) 일당이 부산지역 대학 내 호텔을 사흘간 무단 점거한 사건(본보 10월 27일자 10면)과 관련, 경찰이 초기 대응을 잘못한 허점을 감추기 위해 최초 신고 및 출동일자를 거짓 해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브리핑에서 "6월8일 처음 신고가 접수됐고, 다음날 출동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호텔 직원 A씨에 따르면 5월30일 오전 10시께 경호업체 직원이라고 소개한 검은색 양복 차림의 건장한 청년 10여명이 호텔 5층 예약실을 찾아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원과 손님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업무를 방해해 놀란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당일 지구대 소속 경찰관 2~3명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폭행 당한 직원이 없고, 불미스러운 일이 외부에 알려질까 봐 (그들의) 연행을 요구하진 않았다"며 "경찰관들도 '건물 소유권 다툼'이라는 조폭들의 설명을 듣고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갔다"고 말했다.
조폭들은 다음날인 5월31일 오전 다시 호텔을 찾았고 전날 상황이 반복됐다. 호텔 측은 사건 마지막 날인 6월9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6월8일 경찰에 사전 신고했고, 실제 조폭들은 6월9일 오전 다시 몰려와 호텔 내 수도를 끊는 등 업무를 방해하고 직원과 몸싸움을 벌여 재차 경찰에 신고했다.
호텔 직원 B씨는 "경찰은 6월9일 출동해 양측 충돌을 막고 해산시켰지만 현장에서 이들을 검거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인근 지구대 소속 경찰관도 "6월9일 처음 출동했다"고 밝혀 경찰이 초기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난을 우려해 미리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6월9일 이전 호텔에서 112로 신고한 기록이 없고, 관할 지구대에서도 출동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브로커 박모(39)씨로부터 이 호텔 운영권을 빼앗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추종세력들을 이끌고 호텔에서 난동을 부린 양모(40)씨는 '광안칠성파' 조직원으로 부산경찰청 관리대상 조폭 397명 가운데 한 명으로 드러났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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