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것은 복된 일입니다. 복없는 사람은 늙어보지도 못하고 죽습니다.", "태어나는 생명이 소중하듯이 꺼져가는 생명도 소중합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장으로서 여러 행사에서 인삿말을 해야 할 때마다 반드시 하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한국 사회에서 노인으로 사는 것이 축복인가.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2011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2010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인구 중 11.0%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엔 14.3%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구고령화에 따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 등의 생활안정과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줘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은 4대 보험에서 5대 보험으로 우리의 공적 보험체계가 확대되는 의미 있는 변화 뿐 아니라 노인요양을 통한 의료비 절감과 국민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세대 이태화 교수 연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요양급여를 이용한 노인의 건강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톨릭대 김찬우 교수의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세연구원은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21만명의 일자리 창출 및 2010년 4.3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였고, 2009년에는 어르신의 장기요양보험 이용에 따라 건강보험급여 약 1조원을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8월 기준 노인인구 550만명 중 장기요양 신청자는 60만명(10.9%)이며,이 보험을 이용할 수 있는 등급(1~3) 인정자는 32만명(5.8%)에 불과하다.
길 잃어버리는 일이 잦은 할머니가 중증 치매 진단을 받아도 기본적 일상 생활 동작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등급자에서 제외되는 사례도 많다.
농촌의 독거노인이 보조기 없이 걸을 수가 없는데도 등급 받기는 불가능한 경우 역시 흔하다. 엉덩이로 밀고 나오거나 기어서 나와도 '방밖으로 나오기"라는 항목에서 완전 자립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90세가 넘은 노인이 암 투병중이어도, 골절사고로 꼼짝없이 굶고 있어도 급성기 질환은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등급이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노인들이 많은데도 등급을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이 보험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일찍 장기요양보험을 시작한 독일은 14.1%, 일본은 18.4%의 노인이 혜택을 받고 있어 한국의 현실과 대조된다.
마침 내년 하반기부터 치매, 중풍 노인 약 2만4,000명이 추가 혜택을 받도록 정부 예산을 늘린다고 한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환영하지만,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한국의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건강 상태와 가족 형태에 따라 서비스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자녀가 서비스 시설에서 어머니와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우리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노인과 가족이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진우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