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사안에 대한 정부 정책이 선거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도, 이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지나 반대 활동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수사기관이 선거기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시민단체의 정부정책 비판을 무조건 규제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7일 지난해 6ㆍ2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수원환경운동연합 장동빈(41) 사무국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우선 “시민단체가 선거 이전부터 지지ㆍ반대해온 특정 정책이 정당ㆍ후보자 사이에서 선거 쟁점으로 부각됐다 해도, 이런 사정만으로 단체의 활동이 공직선거법에 의한 규제대상이 되진 않는다”고 전제했다. 이어 “선거법 위반 여부는 해당 정책이 선거 쟁점인지 여부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단체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 또는 선거운동 목적’으로 이뤄졌는지 아닌지를 각각의 행위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이러한 법리는 선거 쟁점에 대한 단체의 지지ㆍ반대 활동이 결과적으로 특정 후보에 유ㆍ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선거기간 중에도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 표명은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같은 논리로 원심이 모두 유죄로 인정한 장 국장의 공소사실 기재 10개 행위 가운데 4대강 반대 서명운동, 현수막 게재 등 7개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서명운동은 서명용지에 특정 정당ㆍ후보 관련 사항이 기재되지 않았고, 현수막ㆍ피켓 등에 적힌 ‘6ㆍ2 투표 참여하는 시민, 깨어있는 양심’ 등의 문구는 단순한 투표 참여 독려로 볼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다만, 수원역 등에서의 ‘투표를 던져 4대강을 죽이는 악의 무리를 물리쳐라’라는 내용의 피켓 게시 등 3개 행위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4대강 사업에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탈법행위로 볼 수 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같은 기준을 적용해 6ㆍ2 지방선거 당시 무상급식 지지 운동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 배옥병(52)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배씨는 무상급식 전면 실시 운동을 하면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에 대한 호불호를 함께 언급해 1ㆍ2심에서 일부 유죄,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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