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0ㆍ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수 차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 지침을 내며 단속에 나섰지만 오히려 선관위 스스로 조롱거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 초기 선관위는 ‘SNS 선거운동 운용기준 10문10답’을 내어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상시 금지된다’고 밝혔다. 이에 SNS 사용자들은 ‘주어 없음 놀이’로 이 지침을 무력화했다. 예컨대 “000 후보의 발언은 상식 이하다”라고 비판하는 대신 “발언이 상식 이하다(주어 없음)”라고 메시지를 작성하는 식이다. 비판의 대상이 누구인지 모호하게 처리해 법망도 피하면서 선관위 단속을 조롱하는 것.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본 다른 사용자들은 ‘행간’을 읽고 후보자를 파악, 메시지를 퍼 날랐다.
선관위는 이처럼 모호한 규정으로 인해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26일 오전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동대문구 전농동 투표소를 나서며 기자들에게 “서울시민들이 모두 투표장에 나와 시정을 이끌 적절한 분에게 꼭 투표해 달라”고 말했다. ‘투표 인증샷’지침에 따르면 홍 대표는 ‘정당 대표자’로 투표 독려를 할 수 없다. 선관위 스스로 24일 투표 독려를 할 수 없는 인물로 홍 대표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에 한 시민이 선관위에 홍 대표를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홍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에 수동적으로 대답했을 뿐이며 이 발언이 국민에게 보도될 것으로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이유로 문제 삼지 않았다.
선관위의 과도한 규제와 자의적인 해석을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권자네트워크는 이달 초 ▦인터넷ㆍSNS 등 정보통신망 선거운동 상시 허용 ▦선거운동 정의의 명확화 ▦포괄적인 후보자ㆍ정당 비판ㆍ지지 금지 규정 폐지 등 공직선거법 17개 조항에 대한 개정안을 국회에 입법청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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