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바꿔야 운명도 바뀐다는 게 동양의학의 중심이 되는 생각입니다."
<열하일기> <임꺽정> 등 우리 고전을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재해석해온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이번에는 한국 전통의학서 <동의보감> 의 세계를 인문학적으로 풀어 헤쳐놓았다. 신간 <동의보감-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그린비 발행)는 제목처럼 동의보감을 '삶의 비전을 탐구하는 인문의학서'로 읽어낸 책이다. 동의보감-몸과> 동의보감> 임꺽정> 열하일기>
그가 동의보감을 비롯한 동서양 의학서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여 년 전 몸에 종양이 생겨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 받고부터다. 그때 수술을 하면 '오랫동안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게 죽도록 싫'(4쪽)었고, 동양의학에서 무언가 다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동의보감을 읽기 시작했다.
"동양의학을 배우면서 정화 스님에게서 불교 경전을 함께 배웠죠. 그때까지 고전평론가란 이름을 달고 해온 작업은 서양철학의 시선으로 동양고전을 읽는 작업이었어요. 일종의 서양 콤플렉스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워지더군요."
고씨는 책에서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서양의학의 논리들을 동양의학과 대비시켰다. 그 과정에서 동양의학의 특성을 부각시키고 그 속에 담긴 생각들을 설명해 나간다. 무려 25권에 이르는 방대한 동의보감은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사람의 신체를 정(精), 기(氣), 신(神)이 접하고 변하는 장소로 본다. 서양의학에서 자연과 신체를 분리해 다루면서 해부학이 발달한 반면 동양의학에서는 몸이 자연의 하나이기 때문에 해부학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
그는 "동의보감에서는 몸과 인생, 우주로 연결되는 가르침을 터득할 수 있다"며 "이런 논리를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 '음양오행설'"이라고 설명했다. 음양오행설은 "우주와 인간의 모든 현상이 '음양'과 '목화토금수' 5가지 원리로 결정된다는 사상"이다.
고씨는 동의보감이 보여주는 이런 사고방식을 "현대인의 삶에도 적용해야 한다"며 그 한 가지 방법으로 "병이 걸리면 치료에 급급하기보다 병을 불러온 삶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종양 진단 이후 수술을 피하고 식사를 간소하게 한다든지 요가나 등산 등으로 몸을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는 '자가치료'를 이어오면서 몸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고씨는 이번 책을 내며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이어온 오랜 인연을 정리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필동에 인문의역학을 공부하는 연구실 '감이당'을 새로 열어 그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1998년 문을 연 '수유+너머'는 '밥과 삶과 공부가 함께하는 연구공동체'를 표방하며 인문학의 대중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수유+너머'를 시작할 때 그랬듯이 다른 것을 시작할 때가 됐기 때문"이라며 "때가 되면 길을 나서라고 가르쳐준 스승이 <동의보감> 이었다"고 말했다. '수유+너머'에서는 공부 후 강연, 강연 후 집필 생활을 이어가며 2003년 이후 일 년에 한 권 꼴로 책을 냈다. 이런 방식의 공부는 새 연구실에서도 변함이 없다. 동의보감>
'수유+너머' 시절 그와 연구원들을 이어준 말이 '밥'과 '삶'이었다면 감이당에는 '글'이 추가됐다. 출판사 '북드라망'를 만들어 함께 공부하는 연구원, 수강생들이 쓴 책을 출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음 달에 수강생들이 쓴 첫 책 <누드 글쓰기> (가제)가 나올 예정이다. 누드>
"<동의보감> 을 비롯해 고전 해설서를 계속 쓰는 것은 사람들이 우리 안의 보물을 잘 안 보기 때문이에요. 허준과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은 알아도, 실제로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고전의 지혜를 삶에 녹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동의보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