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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출간한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출신 오원근씨/ "나답게 살고 싶어 검사 그만두고 귀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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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출간한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 출신 오원근씨/ "나답게 살고 싶어 검사 그만두고 귀농합니다"

입력
2011.10.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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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4일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에 근무하던 한 검사가 사표를 결심했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다음날이었다.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에 자신이 몸담은 조직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때론 신념을 포기해야 하는 조직 생활에도 염증을 느끼던 차였다.

두달 뒤 검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충북 청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연 오원근(44) 변호사가 최근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나다운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산다'는, 검사 출신 젊은 변호사의 삶의 방식이 투영돼 있다.

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10년간 소위'잘 나가는 검사'였다.

그는 2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시준비는 가난했던 집안 환경과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극복하기 위한 출세의 방편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검사로 일하면서 뿌듯했던 순간들도 많았다"고 했다.

2008년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국민참여재판에서 공판검사로 나섰던 경험은 그에게 '국민참여재판 1호 검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의 표현대로'다사다난했던' 검사를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직후 가장먼저 한 건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서울생태귀농학교 등록이었다. 평소 하고 싶었던'농사짓고 수행하는 삶'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사표 내기 전 두 달간 평일엔 용산 서울생태귀농학교에서 이틀 동안 야간수업을 듣고 주말엔 농사현장으로 실습을 나갔다. 이런 그를 향한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도 있었다. "귀농이 꿈이라고 하니 '치기 어리고 낭만적인 생각'이라는 지적도 들었어요. 하지만 저도 마흔을 넘어서면서 이런 삶의 방식이 절실해졌고,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결정도 아니었으니 신경 쓰진 않습니다."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 개업은 일단 미뤘다. 대신 '농사'와 '수행'에 전념했다. 3주간 전북 부안에 있는 변산공동체에서 농사를 지었고, 불교수행단체인 경북 문경 정토수련원으로 출가해 100일간 행자 생활도 했다.

"자연스러운 삶이 항상 편안하진 않아요. 종종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죠. 그래도 그냥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고 자연스럽게 살려고 하니 확실히 마음은 훨씬 편해지고 제 인생도 행복해졌어요."

그는 현재 변호사 일 틈틈이 '완전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청주 변두리에 있는 장인어른의 땅 165m²를 빌려 가족들과 함께 주말마다 텃밭 농사를 짓는다. 정토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마음 공부'도 열심이다. 그렇다고 속세와 단절하겠다는 건 아니다. "농사 짓고 수행하면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환경 문제나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할 생각입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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