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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첨단 풍수의 메카, 팰러 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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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첨단 풍수의 메카, 팰러 알토

입력
2011.10.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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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러 알토

스티브 잡스가 안장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동쪽 팰러 알토(Palo Alto)는 안정된 캘리포니아의 교외 주택 도시다. 1885년에 설립된 스탠퍼드대와 서부 연안지대의 도시화에 힘입어 1940년대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 첨단기술 연구단지인 실리콘밸리가 조성된 이후 도시가 급성장하였고, 연구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북쪽 어귀에 있던 수령 1,000년이 넘은 아메리카 삼나무를 일컫던 에스파냐어 엘팔로 알토에서 지명이 유래되어 1894년 시(市)가 되었다고 한다.

동영상의 팰러 알토

사진기술과 더불어 오늘 날의 움직이는 영상의 틀을 마련한 영국인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는 팔로 알토 목장에서 경주 시합에 나선 달리는 말을 24대의 스틸 카메라와 전기를 연동하여 연속사진 촬영을 성공한다. 1872년 그는 정치인이며 사업가이며 스탠포드대의 설립자인 를랜드 스탠퍼드(Leland Stanford)의 후원으로 기계적 영상기술로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하는 인류 최초의 대업을 이루었다. 이 연속 사진들은 책으로 출판되는데, 후원자인 스탠퍼드는 1882년 마이브리지의 공로를 축소시킨 채 미리 책을 출판해 소송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마이브리지의 연속 사진들은 '움직이는 말'이란 제목으로 1877~78년에 출판되어 과학, 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지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영화 속의 팰러 알토

유 투(U2), 피터 가브리엘 등의 뛰어난 배경 음악을 선보인 미스테리 과학영화인 빔 벤더스감독의 1991년 작품 '이 세상 끝까지(Until the End of the World)'란 영화엔 앞을 못 보는 아내를 위해 뇌와 연계한 시각장치를 팔로 알토에서 연구 개발하여 눈을 대신해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에서 팔로 알토는 또 다시 첨단 브랜드를 확보 한다.

팰러 알토의 스티브 잡스

2011년 10월 7일, 스티브 잡스가 팰러 앨토시 내에 위치한 '알타 메사 메모리얼 파크'에 안장되었다. 이곳에는 휴렛패커드(HP)의 공동창업주인 데이비드 패커드가 1996년 안장되었으며,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이 HP, 야후 같은 회사를 창업하도록 도운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 프레더릭 터먼 교수도 1982년 이곳에 안장됐다. 잡스가 평소 좋아했던 유명 컨트리가수 어니 포드와 그레이트풀데드의 창단 멤버였던 론 맥커넌의 묘지 또한 이곳에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잡스가 이곳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하게 됐다"며 "팔로 알토 산기슭의 작은 언덕에 무성한 잎으로 둘러쌓인 이곳이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의 마지막 집"이라고 했다.

팔로 알토에서 인류 최초로 기계적인 영상장치로 동영상을 만들어낸 마이브리지는 풍수와 지리에도 혜안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그는 뛰어난 풍경사진의 대가이기도 했다. 최첨단 연구와 실험을 펼치는 삶의 문화적 시공간인 팰러 알토. 1세기를 넘어 만들어진 이 팰러 알토의 역사에서 IT강국을 외치는 한국의 미래를 모색하면 좋을 듯 하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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