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팀 방어율 1위(3.35) 삼성과 2위 SK(3.59)의 한국시리즈는 예상대로 방패의 대결로 흐르고 있다. 양팀이 2차전까지 올린 총득점이 5점(삼성 4점, SK 1점)에 불과할 정도로 투수들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극단적인 ‘투고타저’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중력에서 앞선 삼성이 2연승을 거뒀다.
공수에서 집중력 보인 삼성
삼성은 25일 1차전에서 SK와 똑 같이 5안타를 치고도 2-0 승리를 거뒀다. 3회까지 매 이닝 실점 위기를 넘기고 4회 찾아온 단 한번의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2사 1, 2루에서 7번 신명철이 2-2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SK 선발 고효준의 138km짜리 낮은 직구를 2타점 결승 2루타로 연결시켰다.
2차전에서도 삼성 타선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6회 2사 만루 찬스. 앞선 2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9번 배영섭이 SK 박희수의 124km짜리 낮은 커브를 그대로 걷어 올려 2타점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전날 신명철과 마찬가지로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볼카운트(2-1)에서 만들어낸 천금 같은 결승타였다.
수비에서도 집중력이 돋보였다. 6회초 무사 2, 3루 위기에서는 내야 전진수비로 SK의 중심 타자 박정권을 압박, 투수 앞 땅볼로 요리했다. 현역 시절 명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류중일 감독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수비를 강화하며 위기를 넘겼다. 2-0으로 앞선 8회 중견수 배영섭을 좌익수로 이동시키고, 중견수에는 어깨가 강하고 수비범위가 넓은 이영욱을 투입했다. 이영욱은 2-1로 추격당한 8회초 2사 1, 2루에서 SK 최동수의 중전 안타 타구를 잡은 뒤 지체 없이 홈에 뿌려 2루 주자 최정을 아웃시켰다.
이틀간 삼진 29개를 당한 SK 타선
1차전에서 12개의 삼진을 당하며 영패를 당한 SK 타선은 이날도 무기력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쉴틈 없이 9경기를 치른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다.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회 2사 2루, 4회 1사 2루, 6회 무사 2, 3루, 8회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득점권에서 9타수 2안타에 그치며 단 1점 밖에 뽑지 못했다. 안타는 삼성 보다 1개 더 많은 7개를 뽑아냈지만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
1차전에서 매티스-차우찬-안지만-오승환에게 꽁꽁 묶였던 SK 타선은 이날도 장원삼-권오준-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철벽 계투를 극복하지 못했다. SK는 무려 17개의 삼진을 당하며 포스트시즌 최다 삼진 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91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지난해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6개의 삼진을 당했던 삼성은 치욕적인 기록을 SK에 넘겨줬다.
무엇보다 공격의 활로를 뚫어야 할 톱타자 정근우의 부진이 뼈아팠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펄펄 날았던 정근우는 2차전까지 9타수 1안타에 그쳤다. 올시즌 삼진이 37개에 불과한 정근우지만 2경기에서 무려 5개의 삼진을 당하며 공격의 맥을 끊었다.
대구=이승택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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