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았던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본입찰에 결국 SK텔레콤이 단독으로 나설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이닉스 공동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달 초 SK텔레콤을 제외한 12개 대기업에 입찰안내서를 보냈지만 아직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채권단이 STX의 중도 포기 이후 경쟁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본입찰 일정(당초 24일)을 다음달 10일로 두 번이나 미뤘으나, 다른 기업이 뒤늦게 합류해 하이닉스를 들여다보기엔 시간상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금융권에선 "12개 대기업 중 자금난을 겪는 곳이나 이미 불참을 선언한 기업 등을 빼면 인수 후보는 더 이상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채권단이 굳이 일정을 늦춘 건 인수후보를 더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경쟁입찰에 최선을 다했다는 모양새를 보여주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독 입찰이 되면 협상의 키는 SK텔레콤이 쥐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채권단은 SK텔레콤이 써낸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되면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반도체산업의 전망 등을 검토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가격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내년 1월쯤 매각은 완료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외국인 주주들은 하이닉스 인수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외국인들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지분 매각 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힌 7월 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SK텔레콤 주식 384만주(5,800억원)를 팔아 치웠다. 주식 보유한도(49%)를 꽉 채웠던 외국인이 매도에 나서면서 SK텔레콤의 외국인 보유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4.75%포인트 급감했다. 고배당 등 주주 가치 훼손이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곧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01년 10월부터 하이닉스를 공동 관리해온 채권단은 그간 세 차례나 하이닉스 매각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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