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영세 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요구에서 출발한 사회적 압력이 이제 카드의 패러다임까지 바꿔놓을 태세다. 금융당국은 수수료 부담을 근본적으로 낮추고 건전한 소비문화 정착을 위해 신용카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체크카드 등 직불형 카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신용카드서 직불형 카드로 수익원 지각변동
업계로선 그 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신용카드 비중 축소에 따라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업계도 신용카드에서 직불형 카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정면 돌파를 준비 중이다. 이 참에 그간 누적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체크카드 이용건수는 12억2,595만건으로 작년 연간 이용건수의 87%에 육박했다. 이용액도 약 45조원으로 이미 2009년 이용액(36조원)을 훌쩍 넘었다.
그래도 지난해 체크카드, 직불카드 등 직불형 카드의 이용 비중은 전체 카드의 11.1%로 미미하다. 직불형 카드 비중이 60.4%(2009년 기준)에 달하는 유럽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당장은 카드 수수료 논란의 해법으로 직불형 카드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고객들의 카드 사용 습관에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신용카드는 고객의 신용을 담보로 물건값을 외상 구매하는 것인 반면, 직불형 카드는 계좌잔액 한도 내에서만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가계부채에서 신용카드 외상 구매(판매 신용) 비중이 5.7%(50조3,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가계부채 억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풀어야 할 숙제는 카드사들의 수익성 악화다.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가 없고 할부 결제나 현금서비스 등이 불가능해 카드사 입장에선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특히 은행계가 아닌 전업계 카드사의 경우 체크카드는 은행의 계좌를 이용하는데 따른 수수료 0.5% 가량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득공제 확대 등 고객 유인책뿐 아니라 카드사들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함께 지원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계좌이용 수수료를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를 비롯해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도 변화된 환경에 도전적으로 맞설 태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 변화가 위협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안정적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수익만 좇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기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 체크카드 혜택도 신용카드 뺨친다
신용카드 뺨치는 혜택으로 인기몰이 중인 알짜배기 체크카드도 적지 않다. 이용 대상도 돈 없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위주에서 요즘엔 중ㆍ장년층과 최우량 고객(VIP)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비씨카드의 '중국통 체크카드'는 중국 생활자에게 안성맞춤인 상품. 중국 내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다 국제 브랜드에 지불하는 수수료(사용금액의 1%)도 없다. 연회비가 무료인데도 스타벅스ㆍ커피빈 10% 할인(월 2회, 5000원 한도), 토익 응시료 2,000원 할인(연6회)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2008년 출시 이후 90만장 이상 발급됐다.
'신한 에스모아 체크카드'(연회비 무료)는 포인트족을 겨냥했다. 백화점 홈쇼핑 이동통신 등 특별적립처에서 최고 3%, 전국 모든 가맹점에서 최고 0.5%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포인트는 카드 신청 때 함께 만든 통장으로 매월 적립되며, 이 통장을 통해 연4%의 이자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KB국민 노리체크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가 특화 상품이다. 대학생과 군인, 사회초년생들의 생활 패턴에 맞춘 혜택이 많다. 대중교통 10% 할인, 이동통신요금 5만원 이상 자동이체 때 2,500원 정액 할인, CGV영화관 35% 할인, 교보문고ㆍGS25 5% 할인 혜택 등이 있다. 할인 혜택은 최대 월 5만원까지 가능하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갖고 있다면 이와 연계된 현대카드 'WCMA체크카드'와 삼성카드 '삼성증권CMA플러스'를 눈여겨볼 만하다. 연회비를 내지 않고도 포인트 적립은 물론 신용카드에서 제공하는 주유 할인, 항공마일리지 적립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롯데카드는 프리미엄 회원을 겨냥한 '롯데플래티넘 체크카드'에 주력하고 있다. 연회비가 공짜인 다른 체크카드와 달리 1,000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대신 롯데와 워커힐 등 주요 면세점 5~15% 할인, 주요 골프연습장과 호텔ㆍ콘도 최대 40% 할인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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