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일본에 이어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도 기존 260억달러에서 560억달러 규모로 대폭 확대했다. 위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역할을 하는 통화스와프 규모가 잇따라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재정위기에 맞선 우리의 '외환 방어벽'이 한층 두터워졌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26일 방한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를 접견하고 양국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규모를 560억달러 규모로 늘리는 데 합의했다.
한국과 중국은 2008년 말 300억달러 규모로 원화와 위안화를 맞바꾸는 스와프 계약을 체결했고 이날까지 260억달러 규모(1,800억위안-38조원)가 남아 있었다. 양국은 이날 기존 계약을 종료하는 대신 3년 만기의 560억달러 규모(3,600억위안-64조원) 통화스와프를 새로 체결하고 향후 중앙은행 간 협의에 따라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양국은 이번에 맺은 원-위안화 계약을 향후 미 달러화와 같은 국제통화인 '준비통화'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합의했다. 위기가 심해지면 원화와 위안화를 바꿔도 정작 필요한 달러화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외환 방어벽은 외화보유액 3,034억달러(9월 말 기준)에 더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700억달러, 중국과의 560억달러 등 모두 4,300억달러 수준으로 높아졌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이 한일 통화스와프 확대를 감안해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 교환 신설 없이 원-위안화 계약만 늘린 데는 중국 내 민간부문의 달러 유동성 부족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입장에서도 교역량이 큰 중국의 위안화를 받는 것이 나쁘지 않을뿐더러 당장 환율에 영향은 적겠지만 유사시 심리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동아시아 지역 안전망을 우선 강화한 후에 글로벌 안전망을 강화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양국이 공감했다"(김재천 한은 부총재보), "양국 간 무역 결제 대부분이 달러화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통화스와프를 활용해) 양국 통화결제를 활성화하면 교역 증대도 기대된다"(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김 총리와 리 부총리는 이날 ▦전자상거래 정책협의회 설치 ▦고용허가제 ▦우리 신선농산물의 대 중국 수출관련 검역협력 등에도 각각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또 외교관과 청소년 수학여행단을 대상으로 사증(비자)을 면제해주는 방안도 적극 협의하기로 했다.
앞서 청와대에서 리 부총리를 접견한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개혁ㆍ개방에 중국이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고, 리 부총리는 "방한 전 만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의 중요성을 수 차례 강조했다"고 답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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