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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빚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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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빚 권하는 사회

입력
2011.10.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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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은 오늘 2,500만원 60개월 이용 가능합니다. 연락바랍니다."

휴대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하루에도 수 차례 이런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수신 거부를 하다 지쳐서 이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하긴 케이블TV를 틀면 유명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대부업체 광고가 도배하다시피 방송되고 있다. 2010년 6월 말 현재 정부에 등록된 대부 업체만 1만5,000개에 달하고 이들 업체와 거래하는 사람이 200만 명에 육박한다.

10여년 전 탤런트 김정은이 출연했던'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공전의 히트를 했지만 결국 우리 사회에 카드대란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다. 사과처럼 예쁜 그에게 빠져든 결과 2004년 당시 무려 400만 명에 육박하는 신용 불량자가 나왔다. 이후 법률 개정으로 '신용불량자'라는 용어도 사라졌고 통계수치도 사라졌다. 대신 '과다채무자'와 '채무불이행자'가 등장했다. 400만 명에 달했던 신용불량자는 2005년 297만 명, 2006년 279만 명, 2008년 227만 명, 2009년 193만 명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기준 금액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린 탓도 있다.

어쨌거나 최근 들어 신용불량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잠재적 신용불량자로 볼 수 있는 채무 불이행 상담자가 올해 3분기(7월~9월)에 11만 명을 넘어섰다는 집계도 나왔다. 신용회복 지원 절차와 방법을 묻는 잠재적 신용불량자의 상담이 하루 평균 1,000건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신용회복 신청자의 숫자가 2002년 이후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점차 신용불량 사회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좋지 않은 징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1,700만) 중 저소득층에 속하는 230여만 가구가 가계부채 상환불능 상태에 빠져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시중은행과 카드사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8개 시중은행은 1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올해 상반기 수수료 수익으로만 2조 2,576억원을 벌어들였다. 카드사들도 올해 상반기에만 4조 95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가계 부채 규모가 커질수록 시중은행과 카드사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2010년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5.5%였으나 경제연구소들은 올해는 이보다 훨씬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금융권은 대출금리 인상 등을 통해 가계대출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대출자들의 원금 상환 압력은 높아지고 있다. 물가와 금리는 상승하고 소득은 늘지 않는 상황이라 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2분기말 가계부채는 무려 876조원에 달하고 있다.

의 저자 김순영은 "신용불량자 문제는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금융규제가 풀리면서'약탈적 대출시장'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확대해 서민들에게 이자를 혹독하게 거두어 들이는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를 했다는 것이다.

은행과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등의 시늉을 하고 있지만'새 발의 피'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1990년대의 북구 3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처럼 '가계부채발(發) 복합 불황'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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