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투표 인증샷' 지침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특정 후보 지지자로 알려진 경우 투표 당일 "투표하세요"라는 말도 못하도록 규정한 지침 기준이 모호해 심각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권자자유네트워크(유자넷)는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유권해석의 범위를 넘어선 초법적인 지침을 만들었다"며 지침 폐기를 촉구했다.
선관위는 24일 발표한 '선거일의 투표 인증샷에 대한 10문10답'에서 '투표 참여를 권유ㆍ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권유ㆍ유도하려는 것으로 의도되거나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정당ㆍ단체는 단순한 투표 참여 권유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후보자 및 선거운동 관계자는 물론, '일반 유권자에 대한 투표참여활동이 선거운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자'도 투표 참여를 권유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당일의 경우 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지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선관위가 지난 4ㆍ27 재보선 직전 발표한 '투표 참여 홍보활동 허용 예시' 지침과도 배치된다. 당시에는 '선거일에 정당이나 후보자의 명칭을 나타내지 않으면 투표 참여 홍보활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투표를 독려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그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선관위는 이번 지침을 어떻게 적용할지 오락가락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평소 정치적 성향과 상관 없이 특정 후보자를 지지했는지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해 불법 여부를 가려내겠다"며 "다만, 투표 참여 유도가 금지된 사람이라도 '투표합시다'라는 글을 올리면 안 되지만 '투표했습니다'라는 글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선관위는 25일 오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관련 선거일의 투표 참여 권유ㆍ독려활동시 유의사항'을 내어 "정치적 입장이 뚜렷한 인사라고 해서 모두 투표 권유 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해명했지만, 여전히 기준은 모호했다.
이태호 유자넷 공동집행위원장은 "선관위가 필요에 따라 유권해석의 잣대를 휘두르며 선거에 개입하는 '정치행위자'가 돼버렸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유명인 정당 단체 등 누구나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데 정부가 그 의도를 판단하겠다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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