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SK의 '깜짝 선발'고효준의 소극적인 승부가 아쉬웠다. 고효준은 초반 공격적인 투구로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고효준과 정상호 배터리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높은 유인구를 던지는 볼 배합으로 일관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크게 벗어난 볼로 헛스윙 유도도 잘 되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 종료 후 약 20일 간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던 삼성 타선임을 감안하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삼성 타자들은 투수들의 공을 한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에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빠지는 유인구 내지는 바로 정면 승부를 택했으면 고효준에게 승산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제구가 불안한 단점이 있는 고효준은 비교적 마음 먹은 코스로 공을 던졌고, 포스트시즌 첫 선발 등판인 만큼 구위도 좋았다. 자신의 공에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인 투구를 했다면 더 오래 마운드를 끌고 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고든의 교체 시기도 아쉬웠다. 3회까지 삼성 타선이 한 바퀴를 돌았기 때문에 4회부터는 고효준의 공이 눈에 들어올 시기였다. 왼손 타자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고 1사 1ㆍ2루 위기에서 6번 왼손 채태인을 삼진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오른손 타자인 7번 신명철 타석 때는 고든으로 바꿨어야 했다. 고효준이 신명철에게 던진 공은 낮게는 제구 됐지만 한가운데로 몰렸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믿음의 야구'로 마운드 운용을 하고 있는 이만수 감독대행이지만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로도 재미를 봤던 경우를 떠올리면 아쉬운 선택이었다.
반면 왼손 에이스 차우찬을 롱릴리프로 돌린 류중일 삼성 감독의 '수'는 맞아 떨어졌다. 선발 매티스가 오랜만의 실전 등판 탓인지 정규시즌보다 더 직구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8회 2사 후 정현욱을 거치지 않고 마무리 오승환을 바로 투입한 대목에서는 2점 승부를 지켜내겠다는 류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김용수 전 LG 코치ㆍ중앙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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